"Semper Gumby" iPhone
The unofficial bastardized Latin motto of many organizations, particularly military units. "Semper", of course is the Latin word for "always". "Gumbi" refers to Gumby, a TV character made of clay. Thus, Semper Gumbi is translated as "Always Flexible."
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Picture: Shared by Nature News&Comment on Twitter
Shared by Nature News&Comment on Twitter
http://www.coolinfographics.com/storage/post-images/human_subway_map_full_size.jpg?__SQUARESPACE_CACHEVERSION=1268230866680
(Sent from Flipboard)
이선범 박사의 iPad에서 보냄.
2011년 10월 8일 토요일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2011년 9월 21일 수요일
충청권 사립대학 ‘양심 불량’ 변재일 의원 법정부담금 현황 자료분석, 80% 교직원 4대 보험금 등록금에 부담
충청권 대학 80%가 교직원들의 4대 보험료를 미납한 가운데 사립학교는 등록금에 보험금을 부담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2010년 충청권 대학 법정부담금 부담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충청권 대학의 80.9%(39개교)가 교직원의 법정부담금을 미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변 의원은 “특히 서원대를 포함한 11개 대학은 법정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 사학의 책무를 전혀 하지 않은 채 학생들의 등록금에 교직원들의 보험금마저 부담시켜왔다”며 “이는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정부담금은 사립학교 법인이 학교 운영을 위해 내놓는 지원액(법인전입금) 가운데 법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금액(교직원 연금부담금, 건강보험부담금, 재해보상부담금)이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교직원의 4대 보험료 중 재단이 부담해야 할 총액은 411억 3000만 원으로, 이 중 법인이 부담한 금액은 69억 원(16.8%)에 불과했다. 83.2%에 해당하는 342억 3000만 원은 학생의 등록금에서 법정부담금을 지불, 학생에게 교직원의 4대 보험료를 떠넘겨 학생 등록금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 대학 중 목원대, 침례신학대, 주성대, 신성대, 공주영상대 등은 법정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또 청주대는 기준액 22억 7000만 원 중 2000만 원 만 부담한 것을 비롯해 호서대(1.10%), 배재대(1.60%), 중부대(1.80%), 한남대(2%), 세명대(2.30%) 등 19개 대학이 10% 미만을 부담했다. 한국기술교육대(95.5%)와 금강대학(99.2%), 순천향대(80.7%)는 법정부담금 부담 상위권을 차지했다.
변 의원은 "사학이 의무적으로 부담해야할 교직원 4대 보험료까지 학생등록금에서 부담하게 하는 것은, 학생의 등록금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부담 여력이 전혀 없는 재단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등록금 회계에서 보험금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승인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을 통과시켜 사학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충청권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
<2010년 회계년도 충청권대학 법정부담금 부담률>
민주당 변재일 의원(청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2010년 충청권 대학 법정부담금 부담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충청권 대학의 80.9%(39개교)가 교직원의 법정부담금을 미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변 의원은 “특히 서원대를 포함한 11개 대학은 법정부담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 사학의 책무를 전혀 하지 않은 채 학생들의 등록금에 교직원들의 보험금마저 부담시켜왔다”며 “이는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한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정부담금은 사립학교 법인이 학교 운영을 위해 내놓는 지원액(법인전입금) 가운데 법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금액(교직원 연금부담금, 건강보험부담금, 재해보상부담금)이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교직원의 4대 보험료 중 재단이 부담해야 할 총액은 411억 3000만 원으로, 이 중 법인이 부담한 금액은 69억 원(16.8%)에 불과했다. 83.2%에 해당하는 342억 3000만 원은 학생의 등록금에서 법정부담금을 지불, 학생에게 교직원의 4대 보험료를 떠넘겨 학생 등록금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권 대학 중 목원대, 침례신학대, 주성대, 신성대, 공주영상대 등은 법정부담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또 청주대는 기준액 22억 7000만 원 중 2000만 원 만 부담한 것을 비롯해 호서대(1.10%), 배재대(1.60%), 중부대(1.80%), 한남대(2%), 세명대(2.30%) 등 19개 대학이 10% 미만을 부담했다. 한국기술교육대(95.5%)와 금강대학(99.2%), 순천향대(80.7%)는 법정부담금 부담 상위권을 차지했다.
변 의원은 "사학이 의무적으로 부담해야할 교직원 4대 보험료까지 학생등록금에서 부담하게 하는 것은, 학생의 등록금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행위"라며 "부담 여력이 전혀 없는 재단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등록금 회계에서 보험금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승인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을 통과시켜 사학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충청권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
<2010년 회계년도 충청권대학 법정부담금 부담률>
학교명 | 기준액(A) | 법정부담전입금(B) | 부담율(B/A) |
서원대 | 121 | - | 0.00% |
목원대 | 216 | - | 0.00% |
침례신학대 | 35 | - | 0.00% |
뇌교육종합대학원대 | 7.9 | - | 0.00% |
한민학교 | 6 | - | 0.00% |
순복음총회신학교 | 1.7 | - | 0.00% |
성민대 | 1.4 | - | 0.00% |
충청대학 | 84 | - | 0.00% |
주성대학 | 49 | - | 0.00% |
신성대학 | 48 | - | 0.00% |
공주영상대학 | 40 | - | 0.00% |
청주대 | 227 | 2 | 0.90% |
호서대 | 263 | 3 | 1.10% |
배재대 | 308 | 5 | 1.60% |
중부대 | 113 | 2 | 1.80% |
한남대 | 249 | 5 | 2.00% |
선문대 | 182 | 4.2 | 2.30% |
세명대 | 128 | 3 | 2.30% |
나사렛대 | 108 | 2.5 | 2.30% |
학교명 | 기준액(A) | 법정부담전입금(B) | 부담율(B/A) |
대덕대학 | 61 | 2 | 3.30% |
한서대 | 126 | 5.1 | 4.10% |
혜전대학 | 44 | 2 | 4.60% |
대원대학 | 40 | 2 | 4.90% |
우송정보대학 | 56 | 3 | 5.20% |
혜천대학 | 51 | 3 | 5.70% |
극동대 | 42 | 3 | 7.10% |
남서울대 | 130 | 10 | 7.70% |
청운대 | 73 | 6 | 8.20% |
대전보건대학 | 73 | 6 | 8.20% |
백석대 | 202 | 21 | 10.40% |
백석문화대학 | 78 | 9 | 11.60% |
대전대 | 167 | 40 | 23.90% |
영동대 | 28 | 7.05 | 25.30% |
우송대 | 106 | 5.3 | 49.90% |
아주자동차대학 | 15 | 8 | 51.70% |
순천향대 | 496 | 400 | 80.70% |
한국기술교육대 | 119 | 114 | 95.50% |
금강대 | 18 | 17 | 99.20% |
윤집궐중(允執厥中)/이태호
윤집궐중(允執厥中)/이태호
(출처 : 야후 블로그 ‘작은영혼’ 2009. 8. 31)
소 설가 이병주는 역사와 신화에 관한 탁월한 비유를 남겼다. 즉 "햇볕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는 진술이 그것이다. 햇볕에 바랜 자료는 탈색이 되어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지만 달빛에 물든 자료는 환상적이며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신세대는 역사보다는 신화를 선호하는지도 모른다.
중 국 역사상 삼황오제시대(三皇五帝時代)는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갈 무렵의 신화 또는 전설시대에 속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이 시대에 일어난 일을 선사시대(先史時代)의 것으로 기록한다. 역사학자나 역사학도들은 사료(史料)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일을 경시하거나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제학도들이 “역사가 밥 먹여주나?”라고 힐난한다든가, 미학도들이 “역사보다 예술이 멋있어”라고 뽐내는 데서 역사의 영역은 한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시대(歷史時代)의 잣대만으로 광대무변한 인간의 정신문화를 잴 수는 없다.
오 제시대(五帝時代)에 속하는 요순(堯舜)의 통치는 역사의 고금과 지리의 동서를 뛰어넘어 하나의 이상적 표준을 사람들에게 제시한다. 요순은 선사시대에 속한 통치자였지만 중국의 삼경(三經)의 하나인 <서경(書經)>과 사마천의 <사기> 등에 그 업적이 기록된 성군(聖君) 또는 현인(賢人)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들의 통치시대는 태평성대(太平聖代)의 전형을 이루었다.
< 서경>은 백성들에게 정신적 행복과 물질적 풍요를 보장한 요와 순이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토록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질고 능력이 있는 신하를 점찍어 그에게 대권을 선양한 미덕을 기록하고 있다. 요순의 이러한 행적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거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인간의 혈족 보존 및 자녀 사랑 본능을 여지없이 뛰어넘은 공적 처신(公的 處身)의 표양으로서 인류의 역사에 큰 획(劃)을 그었다.
요 는 방제란 신하가 왕의 아들인 단주(丹朱)를 천거했으나 아들을 “완악하고 말다툼이나 하는 자”로 평가하고 신하인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효성이 지극하고 행정 능력이 뛰어난 순에게 두 딸을 시집보낸 후 한참 있다가 후계자로 삼았다. 요가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두 명이나 순에게 보내 함께 살게 한 것은 그만큼 순을 탐내 사위로 삼고 싶었다기보다는 두 딸로 하여금 네 눈으로 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케 하고 그것을 토대로 공적인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순 은 우의 후계 지명을 여러 차례 사양하다가 요가 노쇠하여 통치하기 어렵게 되자 할 수 없이 즉위하여 요와 일치된 선정(善政)을 베풀면서 백성을 자신처럼 사랑하고 착하고 능력 있는 신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백성들의 행복을 극대화했다. 특히 그는 동서남북에 있는 명산을 찾아가 대자연에 제사지내고, 치산치수에 힘쓰는 한편 형정(刑政)을 정비하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형벌을 유연하게 집행하고 힘이 있거나 악질적인 사람들에게는 엄격하게 집행하여 백성이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배려했다.
순 또한 아들 상균(商均)이 있었지만 그를 후계자로 고려하지 않고 덕이 있고 능력이 출중한 우(禹)라는 신하를 주목하는 한편 여러 사람의 추천을 받아들여 우에게 대권을 부여했다. 순이 우에게 왕위를 넘겨주기 전에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은미한 것이니 오직 정신을 집중하여 진실로 그 가운데를 거머쥐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유명한 계명(誡命)을 남겼다. 이것은 음미할수록 심오하며, 통치와 행복의 요체를 설명하는 간결하고 명쾌한 진술이다.
기 독교의 천지창조론(天地創造論)은 신(神)이 인간과 자연을 창조했으며 “보시기에 좋았다”는 신(神)의 기쁨에 근거하여 인간의 본성을 본래 착한 것으로 묘사한다. 유교의 인성론은 성선설(性善說)과 성악설(性惡說)의 대립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여 무수한 인간의 성품을 살피면―특히 권력가와 재산가일수록―사리사욕에 투철하고 공덕심이 박약하며 못가진 자들을 짓밟거나 등치는 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의 마음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간에 악한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순은 그것을 선악의 차원을 넘어선 ‘위(危)’ 즉 위태로운 차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 편 도심(道心) 즉 도의 마음은 어떤가? 도 즉 인간이 마땅히 나아가야 할 길, 윤리, 도덕, 진리는 우리가 짐작하듯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도는 명확한데 수시로 변하는 인간의 마음, 사회 환경, 포악한 인간 말종들의 횡포 등으로 인해 도의 드러남이 확연치 않게 보일 수 있다. 순은 이런 현상을 ‘미(微)’ 즉 희미하다는 한 마디로 정의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이 정말로 도통(道通)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이 분야에 발을 디딘 사람은 깨달을 수 있다.
그 러므로 순은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유정유일(惟精惟一) 즉 오로지 정신을 하나로 바짝 차리고 윤집궐중(允執厥中) 즉 진실로 한 가운데를 붙잡으라고 설파한다. 세상의 문제점의 소재를 파악하고 그것을 뚫고 들어가 문제를 파헤치며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대담한 발상이 이 진술에 담겨있는 것 같다. 깨달음이 더디고 아는 것이 부족한 나는 윤집궐중의 핵(核)이라 할 수 있는 중(中) 즉 ‘가운데’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첫 째, 중(中)은 진리(眞理)다. 사람들은 흔히 “진리는 영원하다” 또는 “영원하지 않은 것은 진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진리에도 차원이 있다. 그 진리는 차원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다. 진리는 신(神)이나 학문이나 인간의 도덕 등에 존재한다. 진리의 종류가 다양한 이상 전 세계에 단 하나의 진리만 있고 나머지는 모두 허위라는 법칙은 없다. 그러므로 진리의 소재를 규명하고 그 차원을 분석하여 최고의 또는 보다 높은 진리를 향해 나아가면서 낮은 차원의 진리를 포용하는 사람은 위대하다.
진 리(眞理)와 상충되는 개념은 허위(虛僞), 사도(邪道), 패악(悖惡) 등이다. 허위란 진짜처럼 꾸민 가짜(요즘 유행어로는 ‘짝퉁’), 날조, 거짓말, 표리부동한 작태 등을 포함한다. 사도란 정도를 벗어난 사특한 교리, 사람을 홀리는 짓, 신(神)의 권위를 빙자한 모리행위(謀利行爲) 등을 포함한다. 패악이란 진리를 무너뜨리려고 책동하는 마귀, 인류의 행복을 위협하거나 말살하려는 전쟁광, 독재자 및 그들에게 빌붙어 단물을 빨아먹으려는 기생충 같은 자, 약자를 짓밟아 ‘벼룩의 간’을 빼먹는 무뢰한 등을 포함한다.
둘 째, 중(中)은 핵심(核心)이다. 핵심은 위대한 진리의 요체다. 그것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그러나 누구든지 복잡하게 뒤얽힌 사회 환경과 이해득실이 충돌하는 인간사와 학설 또는 가설이 난무하는 학문 세계와 냉엄한 생존경쟁의 대열에서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일이 잘 되었다면 그렇게 된 가장 큰 요인은 하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그것을 잘 살려가면 좋고, 후자는 그것을 시정하여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면 된다. 핵심이 항상 중앙에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핵 심(核心)과 상반되는 개념은 변방(邊方), 표피(表皮), 탈선(脫線) 등이다. 변방이란 중심에서 벗어나 변죽을 울리는 힘,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불만세력, 진리를 훼손하고 전복하려는 세력의 근거지를 포함한다. 표피란 핵심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 겉만 화사한 치장, 어수룩한 사람을 현혹하는 언동 등을 포함한다. 탈선이란 변방과 표피를 오가며 착한 사람들에게 해독을 끼치는 행위, 자포자기의 마음가짐, 도박과 색정과 모반과 파괴 등 이판사판의 짓꺼리를 포함한다.
셋 째, 중(中)은 형평(衡平)이다. 양쪽에 물건을 달고 있는 저울은 수평을 유지할 때 안정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중심을 잡은 사람은 결코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형평은 공정, 공평, 평등과도 일맥상통한다. 높은 사람은 지극히 겸손함으로써 낮은 사람과 형평을 유지하고,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사람과 나눔으로써 형평을 유지하며, 영성이 깊은 사람은 확성기 앞에서 설치지 않고 자신을 지극히 낮춰 은은한 사랑을 전함으로써 형평을 간직하고, 지혜롭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은 무지한 사람에게 지혜와 지식을 가르침으로써 형평을 갖추며, 남녀노소도 이웃들과 진심을 통함으로써 형평을 도모할 수 있다.
형 평(衡平)과 상극을 이루는 개념은 편견(偏見), 편애(偏愛), 편중(偏重) 등이다. 편견이란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깔아뭉개는 것, 허위와 사도와 패악을 진리로 맹신하는 것, 변방과 표피와 탈선을 핵심으로 착각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편애란 편견에서 더 나아가 한 대상에 깊이 빠져드는 것,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 반해 모든 것을 홀랑 바치는 것, 사랑을 거래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편중이란 자신이 편견을 갖고 편애하는 대상을 중심으로 허위의 바벨탑을 쌓는 것, 편견으로 편애하는 대상에게 넋을 빼앗겨 자신을 해체하는 것, 그리하여 허위, 사도, 패악으로 함몰돼 자신과 공동체를 망치는 것 등을 포함한다.
나 는 순(舜)이 우(禹)에게 남긴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은미한 것이니 오직 정신을 집중하여 진실로 그 가운데를 거머쥐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는 교훈을 바르게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이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이러한 대의명분(大義名分)에 자신을 비추고 또 비추면서 살아가련다.
[유레카] 윤집궐중(允執厥中) / 정남기
<논어> 마지막 부분 ‘요임금’ 편을 보면 윤집기중(允執其中)이란 말이 나온다. 고대 중국의 성군 요임금이 순임금한테 왕위를 물려주면서 “하늘이 내린 차례가 당신에게 있으니 진실로(允) 그 중심(其中)을 잡으라(執)”고 말한 대목이다.
<서경>에는 같은 뜻의 윤집궐중(允執厥中)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인심유위(人心惟危) 도심유미(道心惟微) 유정유일(惟精惟一) 윤집궐중(允執厥中)’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위험해져 가고 도심은 점차 희미해지니 마음 자세를 맑고 한결같이 하고 진실로 그 중심을 잡으라는 뜻이다. 순임금이 우왕에게 다시 왕좌를 넘기면서 살을 붙이고 그 의미를 더욱 상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그럼 중(中)이란 무엇일까? 여기서는 <중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용>은 “희로애락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중이고, 이미 드러났지만 절도에 맞는 것이 화(和)다. 중은 천하의 근본이고, 화는 천하에 통달한 도(道)”라고 쓰고 있다. 따라서 윤집궐중은 세상의 근본 원리를 확실히 지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 상세한 분석은 주자가 쓴 <중용> 해설서 <중용장구>에 있다. “마음에 사(私)가 생기면 인심과 도심이 뒤섞이면서 천리의 공(公)이 인욕의 사(私)를 이기지 못하게 된다. 마음을 맑고 한결같이 하면 도심이 인심을 이끌게 되고 행동거지가 과불급의 어긋남이 없게 된다(중용의 도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결국 윤집궐중은 중용의 도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2011년 9월 20일 화요일
"盧가 '바보'라면 최동원은 '위대한 바보'다!" [정희준의 '어퍼컷'] 최동원, 불꽃으로 타오르다
지난 주 지인과 저녁을 하는데 그가 뜬금없이 "바빠 죽겠는데 사직(동)에 다녀왔다"고 한다. 속으로 '거긴 왜?' 하며 뜨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순간 곧 알아차렸다. 사직야구장이었다. 고 최동원 선수의 분향소에 다녀온 것이다.
"야구 좋아해요?" 하고 물었다. 아니란다. 그런데 거길 왜 갔을까. 그가 설명을 덧붙인다. 롯데 자이언츠가 1988년 최동원을 삼성 라이온즈로 쫓아낸 이후 롯데와는 인연을 끊었단다. 그 이전까진 학교가 야구장과 가까워서 야구장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단다. 최동원 보러. 40대 여성이다.
사실 부산에서 '야구 좋아하냐'는 말처럼 멍청한 질문은 없다. 부산은 야구에 미친 도시다. 문제는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냐 아니냐는 것인데 롯데 야구는 그렇게 싫어해도 자이언츠 야구는 또 다들 본다. (헷갈리시죠?)
지난 주 최동원이 세상을 뜨자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나도 그를 추억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당연한 다짐을 하며 이리저리 기사와 자료들을 훑었다. 그런데 그 시절을 더듬다 보니 곧 그 시절로 빠져들었다. 글은 쓰지도 못하고 기사만 봤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시절의 조각들을 붙여 나간다. 그 시절이 내 앞에 펼쳐진다. 그의 경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자이언츠의 시작, 최동원
얼마 전 올 한해 프로야구 관중이 6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다수의 야구 전문가들은 그 600만 명의 절반은 롯데 팬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이제까지 프로야구 역사에서 그렇게 별다른 기록도 없고 워낙 구두쇠 구단이라 프로를 꿈꾸는 야구 선수조차 드래프트에서 피하고 싶어 하는 롯데가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팬을 긁어보았을까. 롯데 자이언츠의 인기엔 도대체 무엇이 섞여 있는가.
지금 롯데가 만끽하고 있는 지역 사회에서의 (황당할 정도로) 독보적 인기와 전국적인 인기는 상당 부분 1980년대에 빚지고 있다. 그 주역은 당연히 최동원이다. 지금 롯데 팬의 절반은 최동원이 불러낸 팬이라면 과장일까. 그리고 앞의 지인의 예에서 보듯 부산 사람의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불가사의한 애증 관계는 바로 최동원이라는 인물에게서 출발한다. 롯데는 최동원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3년 전의 로이스터 열풍!? 다 필요 없다. 롯데의 모든 것은 최동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경이적인 완투 능력,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대담함, 고등학교 시절부터 쌓아온 놀라운 기록들이 등장하며 그를 '무쇠팔,' '불세출의 스타'라고 칭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이상이었다. 그를 '스타'라고 이름 붙이기엔 어딘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풍운아였다. 반항아였다. 사실 바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이야기하며 1984년을 말한다. 자이언츠가 첫 우승을 했을 때다. 다들 삼성이 우승할 거라고 했다. 삼성은 껄끄러운 OB베어스를 피하기 위해 시즌 막판 약체인 롯데와의 경기에서 '져주기'를 불사하며 코리안 시리즈 상대로 롯데를 간택(?) 했다. 승부 조작이었다. 당시 <경향신문>은 기사 제목을 "야구냐 야바위냐"로 뽑기도 했다.
당시 최동원은 그 스스로 삼성은 열 번 싸우면 아홉 번 지고 한 번 이길 상대였다고 토로했다. 삼성 역시 롯데를 얕봤고 최동원을 만만히 봤다. 그러나 그는 1984년 27승을 거둔 최다승 투수였고 특히 후반기에만 18승을 거둬 롯데를 혼자 힘으로 코리안 시리즈에 밀어올린 장본인이었다. 결국 최동원은 1차전 완봉승, 3차전 완투승, (5차전 완투패,) 6차전 구원승, 7차전 완투승으로 혼자 4승을 거머쥐며 롯데에 기어코 우승을 안긴다.
많 은 이들이 그와 선동열을 비교한다. 사실 비교 불가다. 최동원이 선동열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았기에 그들은 아마추어에서는 서로를 상대할 수 없었다. 프로에 와서야 세 번 맞대결을 했는데 각각 1승 1무 1패를 기록했고 마지막 대결은 1987년 15회까지 가는 연장 사투 끝 2대2 무승부였다. 한국 프로야구사의 전설로 기억될 맞대결이었다. 선동열이 232개를 던졌고 최동원이 209개를 던져 양 선수가 한 경기에서 441개를 던진 것이다.
프로에서의 기록상으로 그는 선동열에 뒤진다. 그는 통산 103승 74패 26세이브를 기록했다. 통산 방어율은 2.46이고 탈삼진은 1019개였다. 선동열의 통산 146승 132세이브 탈삼진 1698 그리고 방어율 1.20에는 확실히 뒤진다. 사실 그는 기록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꾸 최동원과 선동열을 비교할까. 게다가 최동원이 선동열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주장을 할까.
이길 때까지 던진다
보통 산악인들은 '산이 있어 오른다'고 한다. 최동원은 마운드가 있어 올랐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1975년 경남고 2년 시절 고교 야구 최강팀인 경북고등학교를 상대로 완투하며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서 이튿날 선린상업고등학교를 맞아 8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쳐 17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이듬해 청룡기 승자결승 군산상업고등학교 전에서 탈삼진 20개의 기록으로 완투승을 거두고는 이틀 뒤 최종 결승에서 다시 군산상고를 맞아 2안타 12탈삼진으로 5대0 완봉승을 거둔다.
연세대학교 시절의 최동원은 23연승으로도 유명했지만 그의 진가는 괴력의 연투 능력 그리고 팀을 우승시키는 결정력에 있었다. 1978년 대통령기전국대학야구대회 동아대학교와의 준결승에서 동아대 투수 임호균과 피말리는 투수전을 벌이는데 연장 14회 0-0인 상태에서 해가 저버렸다. 일몰 일시 정지 경기가 돼서 이튿날 경기가 이어졌는데 그는 또다시 등판해 던졌다. 연장 18회 터진 김봉연의 결승 홈런으로 1-0 승. 그는 이길 때까지 던졌다.
결승전은 바로 몇 시간 뒤. 이틀간의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연세대를 기다리던 상대는 성균관대학교. 성대를 상대해 마운드에 오른 선발투수는 다시 최동원. 연세대는 접전 끝에 성균관대를 3-2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최동원은 이틀에 걸쳐 27이닝 동안 92명을 상대로 투구수 375개 12안타 33탈삼진 2실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투구를 보여준다.
대학 졸업 후 입단한 실업팀 롯데에서도 그의 능력은 이어진다. 데뷔하자마자 전기 리그에서 아마추어 롯데는 13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하는데 이때 최동원의 기록은 13승 1패였다. 거의 모든 경기에 등판해 거의 모두 이긴 것이다. 결국 신인으로서 그는 17승을 거두며 최우수신인, 최다승투수 뿐 아니라 최우수선수상까지 거머쥔다. 1주일에 6번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혼자 던졌고 그가 팀을 우승시켰다. 다승 2위 그룹 투수들의 이닝 수에 거의 두 배였다.
그는 던지는 걸 자신의 팔자로 알고 던졌다. 그냥 던졌다. 사실 그의 프로 선수 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음에도 80번이나 완투했다. 통산 완투 1위는 윤학길의 선발 231경기 중 100회였는데 최동원은 고작(?) 선발 124경기에서 80회 완투했다. 최동원보다 선수 생활이 훨씬 길었던 선동열도 완투는 68회 밖에 하지 않았다.
우승을 거머쥐었던 1984년에도 페넌트레이스 100경기 중 51경기에 출장해 27승을 거뒀다. 동료 투수 중 힘을 보태 줄 10승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코리안 시리즈에서 5번 출장해 4승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무려 40이닝을 혼자 던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직 한 경기'를 위해서라면 선동열을 택하지만 '한 시즌'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최동원을 택할 거라고 하는 것이다.
롯데에 버림받고 삼성에서 방출되고…
보통 사람들이 세상사는 맛도 알고 요령도 터득할 서른 즈음, 그는 정반대로 갔다. 바보처럼 말이다. 당시 운동선수에겐 개념도 없던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추진한 것이다.
그는 당시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1988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600만 원에 불과했다. 2군 선수들은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부자였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변의 선수들, 사고나 은퇴로 인해 가족의 생계까지 어려워지는 프로 야구 선수들의 현실을 지나치지 못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해서 시작한 게 바로 상조회였다. 야구 선수들끼리 서로 돕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단들은 이를 노동조합 결성으로 여기고 주동자들에게 보복을 가했다. 아주 비열하고도 가혹한 보복이었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아내들을 협박했고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팀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롯데는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등학교를 나오고 자이언츠의 간판이었던 최동원을 삼성으로, 삼성은 대구상고 출신의 에이스 김시진을 자이언츠로 쫓아내 버린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내버리고 이들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특히 삼성으로 쫓겨난 최동원의 고난은 심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배타적 지역인 대구의 팀인데다가 노조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삼성이었기에 그는 삼성에서 왕따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충격적인 트레이드 이후 뜻 없는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해야 했던 최동원은 과거와 같은 투수가 아니었다. 그는 전혀 최동원답지 않은 볼품없는 2년을 대구에서 보낸 후 그의 불꽃 튀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훗날 선동열이 수석코치와 감독을 하며 부와 영예를 누리던 삼성에서 최동원은 방출된 것이다. 최동원에겐 은퇴식도 없었다.
이후 최동원의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사실 1988년 선수협 파동 당시 롯데는 선수회에 관여했던 다른 선수들에게 선수회에서 손 떼겠다는 각서를 일일이 받으면서도 최동원에게는 그런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최동원은 트레이드 대상에 올리거나 방출해 미아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계산을 이미 해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은 퇴 후에도 롯데는 최동원을 외면했다. 다른 팀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반항아 이미지의 그를 불러줄 구단은 없었다. 지금 프로 야구에서 감독, 코치를 하는 이들은 모두 선수로 뛰던 시절 감독님과 구단의 말을 잘 듣던 이들이다. 구단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바른 말 하는 선수는 절대로 코치가 되지 못한다.
진짜 바보 되다
최동원은 1991년 초대 광역의원 선거에서 부산 서구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런데 김영삼이 이끄는 민자당이 아니라 민주당이었다. 아니, 그냥 민주당도 아니고 꼬마 민주당이었다.
그는 선수협 결성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같은 해 <부산일보> 파업 현장에 유니폼을 입고 가 격려금 100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모임에도 참석했을 뿐 아니라 김영삼이 주도했던 3당 합당을 이를 3당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심판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한다.
경남고 선배인 김영삼이 이끄는 민자당의 제안도 있었지만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눈을 뜬 그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민주당을 택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도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 그가 당돌하게 선택한 지역구는 바로 김영삼의 텃밭인 서구였다. 서구는 김영삼이 1960년 제5대 총선부터 1988년 제13대 총선까지 7번 당선된 '김영삼의 땅'이었다. (11,12대는 김영삼의 왼팔이라 불리는 서석재가 1등 당선됐다.) 김영삼의 땅에서 김영삼의 3당 야합을 심판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낙선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이 '바보'면 야구인 최동원은 '위대한 바보'다.
지난 주 롯데는 최동원의 현역 시절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롯데는 1988년 그를 쫓아내면서 사실상 그와의 인연을 끊었다. 그를 코치로 데려오라는 팬들의 열망을 무시해오던 롯데였다. 그러나 이제 눈을 감은, 안전한(?) 최동원은 받아들이려나 보다.
최동원 대 선동열
나는 몰랐었다. 이번에 알았다. '롯데 맨'으로 알려진 최동원의 롯데 생활은 고작 6년이었다는 것을. 롯데에서 쫓겨난 후 충격과 방황과 따돌림 속에 보낸 삼성에서의 2년을 제외하면 프로에서 최동원이 역투한 것은 고작 6년이었다.
그 리고 선수협 문제로 시끄럽던 1988년을 제외하고 최동원은 1983년 데뷔부터 5년 연속 매 시즌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선동열은 해태에서 11년, 일본에서 4년, 총 15년이나 프로 선수 생활을 했지만 200이닝 이상 던진 시즌은 고작 2시즌이었다.
선동열은 자신의 몸 관리와 기록 관리에 철저했다. 그러나 최동원은 투혼의 야구였다. 최동원은 선동열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았지만 그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선 동열은 프로에서 꽃을 피웠다. 당시 대학의 투수들을 평가해보면 장래성은 윤학길이었고 스타성은 박노준이었으며 선수들 간에는 이강철이 최고라고 했다. 물론 선동열이 이들에게 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과 한 묶음이었는데 결국 프로에서 만개한 선수가 선동열이었다.
그 러나 1970년대 대학 생활을 한 최동원에겐 적수가 없었다. 아니, 고교, 대학, 실업을 거쳐 프로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최고였다. 다만 프로에서의 선수 생활이 너무 짧았다. 선동열이 프로에서 꽃을 피웠다면 최동원은 프로에서 불꽃을 태우고 스스로를 불살랐다.
그래서 한국 프로 야구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선동열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면 오직 최동원이다.
고교 때부터 프로까지 유난히 혹사를 당했던 최동원의 죽기 전 말이다.
"무리는 역시 대가가 있게 마련이더라. 그러나 후회한 적은 없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난 1차전부터 7차전까지 던질 거다. 왜냐? 그게 최동원이니까."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야구 좋아해요?" 하고 물었다. 아니란다. 그런데 거길 왜 갔을까. 그가 설명을 덧붙인다. 롯데 자이언츠가 1988년 최동원을 삼성 라이온즈로 쫓아낸 이후 롯데와는 인연을 끊었단다. 그 이전까진 학교가 야구장과 가까워서 야구장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단다. 최동원 보러. 40대 여성이다.
사실 부산에서 '야구 좋아하냐'는 말처럼 멍청한 질문은 없다. 부산은 야구에 미친 도시다. 문제는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냐 아니냐는 것인데 롯데 야구는 그렇게 싫어해도 자이언츠 야구는 또 다들 본다. (헷갈리시죠?)
지난 주 최동원이 세상을 뜨자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나도 그를 추억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당연한 다짐을 하며 이리저리 기사와 자료들을 훑었다. 그런데 그 시절을 더듬다 보니 곧 그 시절로 빠져들었다. 글은 쓰지도 못하고 기사만 봤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시절의 조각들을 붙여 나간다. 그 시절이 내 앞에 펼쳐진다. 그의 경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자이언츠의 시작, 최동원
▲ 고 최동원 선수. ⓒ연합뉴스 |
지금 롯데가 만끽하고 있는 지역 사회에서의 (황당할 정도로) 독보적 인기와 전국적인 인기는 상당 부분 1980년대에 빚지고 있다. 그 주역은 당연히 최동원이다. 지금 롯데 팬의 절반은 최동원이 불러낸 팬이라면 과장일까. 그리고 앞의 지인의 예에서 보듯 부산 사람의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불가사의한 애증 관계는 바로 최동원이라는 인물에게서 출발한다. 롯데는 최동원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3년 전의 로이스터 열풍!? 다 필요 없다. 롯데의 모든 것은 최동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경이적인 완투 능력,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대담함, 고등학교 시절부터 쌓아온 놀라운 기록들이 등장하며 그를 '무쇠팔,' '불세출의 스타'라고 칭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이상이었다. 그를 '스타'라고 이름 붙이기엔 어딘가,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한 풍운아였다. 반항아였다. 사실 바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이야기하며 1984년을 말한다. 자이언츠가 첫 우승을 했을 때다. 다들 삼성이 우승할 거라고 했다. 삼성은 껄끄러운 OB베어스를 피하기 위해 시즌 막판 약체인 롯데와의 경기에서 '져주기'를 불사하며 코리안 시리즈 상대로 롯데를 간택(?) 했다. 승부 조작이었다. 당시 <경향신문>은 기사 제목을 "야구냐 야바위냐"로 뽑기도 했다.
당시 최동원은 그 스스로 삼성은 열 번 싸우면 아홉 번 지고 한 번 이길 상대였다고 토로했다. 삼성 역시 롯데를 얕봤고 최동원을 만만히 봤다. 그러나 그는 1984년 27승을 거둔 최다승 투수였고 특히 후반기에만 18승을 거둬 롯데를 혼자 힘으로 코리안 시리즈에 밀어올린 장본인이었다. 결국 최동원은 1차전 완봉승, 3차전 완투승, (5차전 완투패,) 6차전 구원승, 7차전 완투승으로 혼자 4승을 거머쥐며 롯데에 기어코 우승을 안긴다.
많 은 이들이 그와 선동열을 비교한다. 사실 비교 불가다. 최동원이 선동열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았기에 그들은 아마추어에서는 서로를 상대할 수 없었다. 프로에 와서야 세 번 맞대결을 했는데 각각 1승 1무 1패를 기록했고 마지막 대결은 1987년 15회까지 가는 연장 사투 끝 2대2 무승부였다. 한국 프로야구사의 전설로 기억될 맞대결이었다. 선동열이 232개를 던졌고 최동원이 209개를 던져 양 선수가 한 경기에서 441개를 던진 것이다.
프로에서의 기록상으로 그는 선동열에 뒤진다. 그는 통산 103승 74패 26세이브를 기록했다. 통산 방어율은 2.46이고 탈삼진은 1019개였다. 선동열의 통산 146승 132세이브 탈삼진 1698 그리고 방어율 1.20에는 확실히 뒤진다. 사실 그는 기록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꾸 최동원과 선동열을 비교할까. 게다가 최동원이 선동열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주장을 할까.
이길 때까지 던진다
보통 산악인들은 '산이 있어 오른다'고 한다. 최동원은 마운드가 있어 올랐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1975년 경남고 2년 시절 고교 야구 최강팀인 경북고등학교를 상대로 완투하며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서 이튿날 선린상업고등학교를 맞아 8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쳐 17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이듬해 청룡기 승자결승 군산상업고등학교 전에서 탈삼진 20개의 기록으로 완투승을 거두고는 이틀 뒤 최종 결승에서 다시 군산상고를 맞아 2안타 12탈삼진으로 5대0 완봉승을 거둔다.
연세대학교 시절의 최동원은 23연승으로도 유명했지만 그의 진가는 괴력의 연투 능력 그리고 팀을 우승시키는 결정력에 있었다. 1978년 대통령기전국대학야구대회 동아대학교와의 준결승에서 동아대 투수 임호균과 피말리는 투수전을 벌이는데 연장 14회 0-0인 상태에서 해가 저버렸다. 일몰 일시 정지 경기가 돼서 이튿날 경기가 이어졌는데 그는 또다시 등판해 던졌다. 연장 18회 터진 김봉연의 결승 홈런으로 1-0 승. 그는 이길 때까지 던졌다.
결승전은 바로 몇 시간 뒤. 이틀간의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연세대를 기다리던 상대는 성균관대학교. 성대를 상대해 마운드에 오른 선발투수는 다시 최동원. 연세대는 접전 끝에 성균관대를 3-2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최동원은 이틀에 걸쳐 27이닝 동안 92명을 상대로 투구수 375개 12안타 33탈삼진 2실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투구를 보여준다.
대학 졸업 후 입단한 실업팀 롯데에서도 그의 능력은 이어진다. 데뷔하자마자 전기 리그에서 아마추어 롯데는 13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하는데 이때 최동원의 기록은 13승 1패였다. 거의 모든 경기에 등판해 거의 모두 이긴 것이다. 결국 신인으로서 그는 17승을 거두며 최우수신인, 최다승투수 뿐 아니라 최우수선수상까지 거머쥔다. 1주일에 6번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혼자 던졌고 그가 팀을 우승시켰다. 다승 2위 그룹 투수들의 이닝 수에 거의 두 배였다.
그는 던지는 걸 자신의 팔자로 알고 던졌다. 그냥 던졌다. 사실 그의 프로 선수 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음에도 80번이나 완투했다. 통산 완투 1위는 윤학길의 선발 231경기 중 100회였는데 최동원은 고작(?) 선발 124경기에서 80회 완투했다. 최동원보다 선수 생활이 훨씬 길었던 선동열도 완투는 68회 밖에 하지 않았다.
우승을 거머쥐었던 1984년에도 페넌트레이스 100경기 중 51경기에 출장해 27승을 거뒀다. 동료 투수 중 힘을 보태 줄 10승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코리안 시리즈에서 5번 출장해 4승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무려 40이닝을 혼자 던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직 한 경기'를 위해서라면 선동열을 택하지만 '한 시즌'을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최동원을 택할 거라고 하는 것이다.
롯데에 버림받고 삼성에서 방출되고…
보통 사람들이 세상사는 맛도 알고 요령도 터득할 서른 즈음, 그는 정반대로 갔다. 바보처럼 말이다. 당시 운동선수에겐 개념도 없던 프로야구선수협의회 결성을 추진한 것이다.
그는 당시 1억 원 가까운 연봉을 받던 선수였다. 그러나 1988년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600만 원에 불과했다. 2군 선수들은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부자였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변의 선수들, 사고나 은퇴로 인해 가족의 생계까지 어려워지는 프로 야구 선수들의 현실을 지나치지 못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해서 시작한 게 바로 상조회였다. 야구 선수들끼리 서로 돕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단들은 이를 노동조합 결성으로 여기고 주동자들에게 보복을 가했다. 아주 비열하고도 가혹한 보복이었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아내들을 협박했고 선수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팀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롯데는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등학교를 나오고 자이언츠의 간판이었던 최동원을 삼성으로, 삼성은 대구상고 출신의 에이스 김시진을 자이언츠로 쫓아내 버린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내버리고 이들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특히 삼성으로 쫓겨난 최동원의 고난은 심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배타적 지역인 대구의 팀인데다가 노조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삼성이었기에 그는 삼성에서 왕따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충격적인 트레이드 이후 뜻 없는 곳에서 선수 생활을 해야 했던 최동원은 과거와 같은 투수가 아니었다. 그는 전혀 최동원답지 않은 볼품없는 2년을 대구에서 보낸 후 그의 불꽃 튀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훗날 선동열이 수석코치와 감독을 하며 부와 영예를 누리던 삼성에서 최동원은 방출된 것이다. 최동원에겐 은퇴식도 없었다.
이후 최동원의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사실 1988년 선수협 파동 당시 롯데는 선수회에 관여했던 다른 선수들에게 선수회에서 손 떼겠다는 각서를 일일이 받으면서도 최동원에게는 그런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최동원은 트레이드 대상에 올리거나 방출해 미아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계산을 이미 해놓고 있었다는 뜻이다.
은 퇴 후에도 롯데는 최동원을 외면했다. 다른 팀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반항아 이미지의 그를 불러줄 구단은 없었다. 지금 프로 야구에서 감독, 코치를 하는 이들은 모두 선수로 뛰던 시절 감독님과 구단의 말을 잘 듣던 이들이다. 구단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바른 말 하는 선수는 절대로 코치가 되지 못한다.
진짜 바보 되다
최동원은 1991년 초대 광역의원 선거에서 부산 서구 지역구에 출마했다. 그런데 김영삼이 이끄는 민자당이 아니라 민주당이었다. 아니, 그냥 민주당도 아니고 꼬마 민주당이었다.
그는 선수협 결성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같은 해 <부산일보> 파업 현장에 유니폼을 입고 가 격려금 100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모임에도 참석했을 뿐 아니라 김영삼이 주도했던 3당 합당을 이를 3당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심판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한다.
경남고 선배인 김영삼이 이끄는 민자당의 제안도 있었지만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눈을 뜬 그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민주당을 택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도 바보 같은 선택을 한다. 그가 당돌하게 선택한 지역구는 바로 김영삼의 텃밭인 서구였다. 서구는 김영삼이 1960년 제5대 총선부터 1988년 제13대 총선까지 7번 당선된 '김영삼의 땅'이었다. (11,12대는 김영삼의 왼팔이라 불리는 서석재가 1등 당선됐다.) 김영삼의 땅에서 김영삼의 3당 야합을 심판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결과는 당연히 낙선이었다. 정치인 노무현이 '바보'면 야구인 최동원은 '위대한 바보'다.
지난 주 롯데는 최동원의 현역 시절 등번호 11번을 영구 결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롯데는 1988년 그를 쫓아내면서 사실상 그와의 인연을 끊었다. 그를 코치로 데려오라는 팬들의 열망을 무시해오던 롯데였다. 그러나 이제 눈을 감은, 안전한(?) 최동원은 받아들이려나 보다.
최동원 대 선동열
나는 몰랐었다. 이번에 알았다. '롯데 맨'으로 알려진 최동원의 롯데 생활은 고작 6년이었다는 것을. 롯데에서 쫓겨난 후 충격과 방황과 따돌림 속에 보낸 삼성에서의 2년을 제외하면 프로에서 최동원이 역투한 것은 고작 6년이었다.
그 리고 선수협 문제로 시끄럽던 1988년을 제외하고 최동원은 1983년 데뷔부터 5년 연속 매 시즌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선동열은 해태에서 11년, 일본에서 4년, 총 15년이나 프로 선수 생활을 했지만 200이닝 이상 던진 시즌은 고작 2시즌이었다.
선동열은 자신의 몸 관리와 기록 관리에 철저했다. 그러나 최동원은 투혼의 야구였다. 최동원은 선동열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았지만 그는 몸을 아끼지 않았다.
선 동열은 프로에서 꽃을 피웠다. 당시 대학의 투수들을 평가해보면 장래성은 윤학길이었고 스타성은 박노준이었으며 선수들 간에는 이강철이 최고라고 했다. 물론 선동열이 이들에게 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들과 한 묶음이었는데 결국 프로에서 만개한 선수가 선동열이었다.
그 러나 1970년대 대학 생활을 한 최동원에겐 적수가 없었다. 아니, 고교, 대학, 실업을 거쳐 프로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최고였다. 다만 프로에서의 선수 생활이 너무 짧았다. 선동열이 프로에서 꽃을 피웠다면 최동원은 프로에서 불꽃을 태우고 스스로를 불살랐다.
그래서 한국 프로 야구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선동열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를 꼽으라면 오직 최동원이다.
고교 때부터 프로까지 유난히 혹사를 당했던 최동원의 죽기 전 말이다.
"무리는 역시 대가가 있게 마련이더라. 그러나 후회한 적은 없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난 1차전부터 7차전까지 던질 거다. 왜냐? 그게 최동원이니까."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2011년 9월 19일 월요일
한 반 수시 전형료가 2천만 원? [꿀벌6065]님 글
딸 : 엄마 엄마, 우리반이 이번 수시 전형료로 얼마나 썼개?
엄마 : 가만 가만. 엄마 혼자 한 번 때려 볼께. 음... 5백만원?
딸 : 에이 엄마. 그렇게 주먹구구로 계산하지 말고. 진지하게 해봐.
엄마 : 너네 반 아이들 전체가 몇 명이더라?
딸 : 40명.
엄마 : 음... 그러니까 수시 원서 한 군데 내면 얼마?
딸 : 학교마다 살짝 적고 많긴 한데 7만원 잡고.
엄마 : 그러면 한 명 당 최소한 서너 군데 넣었다 치고 음...한 천만원?
딸 : 땡!!!! 2,000만원이 넘는대.
엄마 : 세상에나~. 대단하다. 한 반 수시 전형료가 2,000만원? 그걸 어떻게 다 계산했어?
딸 : 선생님이 전체 파악해서 말해 주셨지. 애들 원서 어디어디 몇 개 넣었나 다 적어냈거든.
엄마 ; 우와~ 정말 엄청나다. 그럼 한 명이 몇 군데를 넣었다는 거냐?
딸 : 평균으로 해보니까 7개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어.
엄마 : 어머나 세상에 그렇구나. 고3이 있는 부모는 수시 전형료로 평균 50만원 썼다는 소리? 정말 집집마다 부모허리 휘어지는 소리 들린대이~ 아이고 허리야~~
딸 : 그 정도가 아냐 엄마. 그럼 우리 학교 전체는 수시전형료를 얼마나 썼을까?
엄마 : 아이구 머리야. 너네 고3이 전체 몇 반이더라?
딸 : 16개.
엄마 : 엄마야, 이게 몇 억이냐 몇 십억이냐. 계산 좀 해봐라.
딸 : 3억 2천만이 나오더라구.
엄마 : 세상에. 이걸 전국적으로 일반화하긴 좀 그렇겠지? 너네 학교가 좀 많은 거 아냐?
딸 : 몰라. 오히려 우리학교는 정시에 힘쓰는 학교로 알고 있는데?
엄마 : 그럼 우리 삼순이는 몇 개 냈더라?
딸 : 우리 엄마가 저런다니까. 세 개 냈잖아.
엄마 : 그래. 엄청 털렸네.
딸 : 그래 아빠 전화번호로 결재했어. 전화요금 좀 빵빵하게 나올 거야.
엄마 : 너네 친구들 진짜 그렇게 원서를 많이 내디?
딸 : 내 친구 중에 42만원 쓴 애, 35만원 쓴 애 있어. 최고 많이 쓴 애는 스물 두 군데도 있는 걸?
엄마 : 말도 안돼. 그걸 어떻게 다 쓰고 어떻게 낸 거야? 22를 7만원으로 곱하면 얼마냐?
딸 : 154만원.
엄마 : 어마어마하다야. 입이 안 다물린다. 딱 엄마 한 달 월급만큼 나갔네.
딸 : 걘 선생님이 허락한 거 말고 자기가 넣고 싶은 데로 몰래 여기저기 질어버린 거야. 질러버린 애 많아.
엄마 : 그렇구나. 수시라는 거 때문에 대학이 돈을 막 쓸어담겠는데 이거.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만든 수시지?
딸 : 솔직히 고3 입장에서 그렇잖아. 혹시나 하고 넣어보고 싶은 거. 붙으면 대박. 수능부담 없고. 그 심리 때문에 자꾸 넣고 덕분에 대학이 돈 버나 봐.
엄마 : 그러게 말이다. 수능 혹시 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낼 수 있는 한 내 보고 싶겠지.
딸 : 그래서 친구들이 여기저기 질러버리는 거 같애. 수능공부 안하고 벌써 논술준비하는 애들이 훨씬 많아. 교실 분위기가 좀 이상해.
엄마 : 그니께. 하영이도 요즘 긴장 안돼고 그렇다고 썼더라. 9월에 벌써 1차 결과 발표하는 대학도 있잖아. 너도 긴장이 잘 안 돼?
딸 : 나도 솔직히 긴장은 좀 안돼. 그래도 난 수능까지 가봐야 한다 생각하니까 공부는 하지.
엄마 : 에구...니들이 고생이 많다 정말. 힘빠질 만도 하지.
딸 : 수시 접수 경쟁률이 엄마, 친구들 보니까 100대 1 넘는 거 많아. 몇 십대 일도 기본이고.
엄마 : 아까 아빠가 그랬잖아. 한양대 실용음악과라는 데는 480대 1이라잖아. 무슨 의대는 2백 몇대 1? 전형료 수입이 그럼 얼마가 되냐?
딸 : 엄마 놀라지마. 3,360만원!
엄마 : 한 과에서 그렇게 많으면 전체 단과대, 전체 대학으로 보면 어떻게 되는 거냐?
딸 : 대학 장사 돈 될 거 같지? 돈이 막 쓸려 들어가는 거 아냐?
엄마 : 어마어마하구나. 그럼 우리나라 대학들은 도대체 수시전형으로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 거니?
딸 : 그니까 엄마. 솔직히 너무 비싼 거 아냐? 이렇게 마구잡이로 넣을 수 있게 하려면 돈이라도 좀 내려야지.
엄마 : 그래 그래 기특한 우리 딸.
딸 : 그렇게 비싸게 엄마아빠 돈 털어서 내 놨는데 내 자기소개서랑 꼼꼼하게 잘 읽고 심사하겠지? 그걸 누가 다 하지? 접수된 서류가 완전히 태산처럼 쌓였을 거 아냐.
엄마 : 그러게 말이다. 그 많은 자료를 훑어보려니 사람이 필요하겠지. 그러면 인건비가 좀 더 나가겠지. 그 많은 자료를 다 컴퓨터로 정리하고 저장하고 분석하고 등등 일이야 좀 많겠냐.
딸 : 엄마, 그럼 내가 낸 원서는 입학전담하는 부서에서 심사하는 거야, 지원한 과에서 교수님이 하는 거야?
엄마 : 그러게 말이다. 엄마도 모르겠다. 그 많은 걸 몇 몇 사람이 다 하겠냐? 각 과로 나눠지겠지?
딸 : 내가 지원한 과에 적합한지 어떤지 그 과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심사해? 과에서 하겠지 설마?
엄마 : 엄마도 그렇길 바래. 몇 십 명 중에 걸러내는 건 그래도 어찌 하겠지 싶다만 몇 백 대 일이라 할 때 실제 검토할 수는 몇 천명이 되는 거 아냐. 그걸 어떻게 골라내는지 진짜 정신없겠다 야.
딸 : 아~ 엄마~ 심사하는 분들 정신 잘 차리고 하겠지?
엄마 :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오래 오래 걸리나 부지~~.
딸 : 아~~ 더이상 돈 들 거 없이 수능 부담 없이 수시로 얼릉 붙어버리고 끝내면 좋겠당~
엄마 : 가만 가만. 엄마 혼자 한 번 때려 볼께. 음... 5백만원?
딸 : 에이 엄마. 그렇게 주먹구구로 계산하지 말고. 진지하게 해봐.
엄마 : 너네 반 아이들 전체가 몇 명이더라?
딸 : 40명.
엄마 : 음... 그러니까 수시 원서 한 군데 내면 얼마?
딸 : 학교마다 살짝 적고 많긴 한데 7만원 잡고.
엄마 : 그러면 한 명 당 최소한 서너 군데 넣었다 치고 음...한 천만원?
딸 : 땡!!!! 2,000만원이 넘는대.
엄마 : 세상에나~. 대단하다. 한 반 수시 전형료가 2,000만원? 그걸 어떻게 다 계산했어?
딸 : 선생님이 전체 파악해서 말해 주셨지. 애들 원서 어디어디 몇 개 넣었나 다 적어냈거든.
엄마 ; 우와~ 정말 엄청나다. 그럼 한 명이 몇 군데를 넣었다는 거냐?
딸 : 평균으로 해보니까 7개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어.
엄마 : 어머나 세상에 그렇구나. 고3이 있는 부모는 수시 전형료로 평균 50만원 썼다는 소리? 정말 집집마다 부모허리 휘어지는 소리 들린대이~ 아이고 허리야~~
딸 : 그 정도가 아냐 엄마. 그럼 우리 학교 전체는 수시전형료를 얼마나 썼을까?
엄마 : 아이구 머리야. 너네 고3이 전체 몇 반이더라?
딸 : 16개.
엄마 : 엄마야, 이게 몇 억이냐 몇 십억이냐. 계산 좀 해봐라.
딸 : 3억 2천만이 나오더라구.
엄마 : 세상에. 이걸 전국적으로 일반화하긴 좀 그렇겠지? 너네 학교가 좀 많은 거 아냐?
딸 : 몰라. 오히려 우리학교는 정시에 힘쓰는 학교로 알고 있는데?
엄마 : 그럼 우리 삼순이는 몇 개 냈더라?
딸 : 우리 엄마가 저런다니까. 세 개 냈잖아.
엄마 : 그래. 엄청 털렸네.
딸 : 그래 아빠 전화번호로 결재했어. 전화요금 좀 빵빵하게 나올 거야.
엄마 : 너네 친구들 진짜 그렇게 원서를 많이 내디?
딸 : 내 친구 중에 42만원 쓴 애, 35만원 쓴 애 있어. 최고 많이 쓴 애는 스물 두 군데도 있는 걸?
엄마 : 말도 안돼. 그걸 어떻게 다 쓰고 어떻게 낸 거야? 22를 7만원으로 곱하면 얼마냐?
딸 : 154만원.
엄마 : 어마어마하다야. 입이 안 다물린다. 딱 엄마 한 달 월급만큼 나갔네.
딸 : 걘 선생님이 허락한 거 말고 자기가 넣고 싶은 데로 몰래 여기저기 질어버린 거야. 질러버린 애 많아.
엄마 : 그렇구나. 수시라는 거 때문에 대학이 돈을 막 쓸어담겠는데 이거.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만든 수시지?
딸 : 솔직히 고3 입장에서 그렇잖아. 혹시나 하고 넣어보고 싶은 거. 붙으면 대박. 수능부담 없고. 그 심리 때문에 자꾸 넣고 덕분에 대학이 돈 버나 봐.
엄마 : 그러게 말이다. 수능 혹시 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낼 수 있는 한 내 보고 싶겠지.
딸 : 그래서 친구들이 여기저기 질러버리는 거 같애. 수능공부 안하고 벌써 논술준비하는 애들이 훨씬 많아. 교실 분위기가 좀 이상해.
엄마 : 그니께. 하영이도 요즘 긴장 안돼고 그렇다고 썼더라. 9월에 벌써 1차 결과 발표하는 대학도 있잖아. 너도 긴장이 잘 안 돼?
딸 : 나도 솔직히 긴장은 좀 안돼. 그래도 난 수능까지 가봐야 한다 생각하니까 공부는 하지.
엄마 : 에구...니들이 고생이 많다 정말. 힘빠질 만도 하지.
딸 : 수시 접수 경쟁률이 엄마, 친구들 보니까 100대 1 넘는 거 많아. 몇 십대 일도 기본이고.
엄마 : 아까 아빠가 그랬잖아. 한양대 실용음악과라는 데는 480대 1이라잖아. 무슨 의대는 2백 몇대 1? 전형료 수입이 그럼 얼마가 되냐?
딸 : 엄마 놀라지마. 3,360만원!
엄마 : 한 과에서 그렇게 많으면 전체 단과대, 전체 대학으로 보면 어떻게 되는 거냐?
딸 : 대학 장사 돈 될 거 같지? 돈이 막 쓸려 들어가는 거 아냐?
엄마 : 어마어마하구나. 그럼 우리나라 대학들은 도대체 수시전형으로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 거니?
딸 : 그니까 엄마. 솔직히 너무 비싼 거 아냐? 이렇게 마구잡이로 넣을 수 있게 하려면 돈이라도 좀 내려야지.
엄마 : 그래 그래 기특한 우리 딸.
딸 : 그렇게 비싸게 엄마아빠 돈 털어서 내 놨는데 내 자기소개서랑 꼼꼼하게 잘 읽고 심사하겠지? 그걸 누가 다 하지? 접수된 서류가 완전히 태산처럼 쌓였을 거 아냐.
엄마 : 그러게 말이다. 그 많은 자료를 훑어보려니 사람이 필요하겠지. 그러면 인건비가 좀 더 나가겠지. 그 많은 자료를 다 컴퓨터로 정리하고 저장하고 분석하고 등등 일이야 좀 많겠냐.
딸 : 엄마, 그럼 내가 낸 원서는 입학전담하는 부서에서 심사하는 거야, 지원한 과에서 교수님이 하는 거야?
엄마 : 그러게 말이다. 엄마도 모르겠다. 그 많은 걸 몇 몇 사람이 다 하겠냐? 각 과로 나눠지겠지?
딸 : 내가 지원한 과에 적합한지 어떤지 그 과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심사해? 과에서 하겠지 설마?
엄마 : 엄마도 그렇길 바래. 몇 십 명 중에 걸러내는 건 그래도 어찌 하겠지 싶다만 몇 백 대 일이라 할 때 실제 검토할 수는 몇 천명이 되는 거 아냐. 그걸 어떻게 골라내는지 진짜 정신없겠다 야.
딸 : 아~ 엄마~ 심사하는 분들 정신 잘 차리고 하겠지?
엄마 :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오래 오래 걸리나 부지~~.
딸 : 아~~ 더이상 돈 들 거 없이 수능 부담 없이 수시로 얼릉 붙어버리고 끝내면 좋겠당~
2011년 9월 17일 토요일
@glutamatergic shared a tweet for you via @TwitBird
Tweet from 홍반장(@woodstock1000)
2011년 9월 17일 8:17:10
from twtkr
retweeted by @bonodong
See More: http://twitter.com/woodstock1000/status/114840275666468864
Sent with TwitBird
망해가는 미국?
2010년 연간 국내 총생산(GDP) 14조6600억 달러. 이 규모를 능가하는 과도한 국가 부채, 연간 1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 그것을 임시변통으로 메우기 위한 부채(국채 발행 등) 상한 상향조정을 둘러싼 여·야 간 물불 가리지 않는 정쟁. 그 때문에 국가 신용 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빚은 데다 앞으로도 사정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니 미국 몰락 얘기가 더는 새삼스러울 게 없을 지경이 됐다.
물론 그래도 그건 헛소리다, 미국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이다, 어렵지만 패권을 유지할 것이다, 라는 얘기도 한 곳에선 무수하다. 어느 쪽 얘기가 맞을까?
사회학자 김광기의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동아시아 펴냄) 제1장 '경제 위기로 구겨진 미국인의 자존심' 중의 첫 번째 얘기는 '아스팔트에서 자갈로 탈바꿈하는 미국의 프리웨이'다. 거기에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출처가 <월스트리트저널>이고, "노스다코타 주의 제임스타운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파헤치고 대신 자갈을 깔고 있는 모습"이란 설명이 붙었다.
아득하게 뻗어나간 도로 중간에 도로 포장 차량들이 열심히 자갈을 깔고 있는데, 아스팔트를 입히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있던 아스팔트를 아예 걷어내고 자갈로만 포장하는 것이다. 아스팔트는 오래되면 갈라지거나 패이기 때문에 걷어내고 다시 깔든지, 손상된 부분만 땜질하거나 윗부분만 살짝 깎아내고 덧칠하든지 해야 한다.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든다. 아스팔트를 자갈로 교체하는 건 그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를 그냥 내버려둬도 역청 성분이 빠져나가 결국 자갈길이 되고 말겠지만, 고르게 같은 속도로 분해되진 않는다. 그래서 완전히 자갈길로 분해되기까지 오랜 기간 여기저기 다른 모양으로 패이고 찢긴 상처들로 누더기가 되어 오히려 비포장도로보다 못한 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둘 순 없다. 아스팔트가 필요 없는 자갈길로 만드는 게 가장 손쉽다.
이런 한심한 일이 노스다코타 주 어느 한 곳에서만 일어났다면 그럴 수도 있겠군, 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사우스다코타, 앨라배마,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주에서도 일어났고 미시간 주에서는 83개 군 가운데 무려 38개 군 아스팔트길이 자갈길로 바뀌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대학에서 세미나까지 열렸다는데, 세미나 이름이 '석기 시대로의 귀환(Back to the Stone Age)'이었다나.
지은이가 이 얘기를 제1장 처음에 실은 이유를 짐작하겠다. 지금의 미국 꼴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데 이만한 얘기가 없을 것이다. 그가 아스팔트길을 자갈길로 바꾸는 미국의 변화를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그렇지 않았던 미국, 이런 꼴이 되기 전의 미국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변화의 깊은 내면까지 더욱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하와이와 보스턴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유학 생활을 했고, 이 책의 구상을 구체화한 2008년 초, 미국이 금융 공황의 해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그 시기에 시애틀에서 연구 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학 시절과 연구 년을 보내던 시절 및 그 이후의 시간적 간격을 사이에 둔 미국의 극적인 변화를 미국 현장에서 체험했다.
{#8962620375#}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책 제목의 '우리가 아는 미국'이란 김광기가 유학 시절 체험했던 미국, 대한민국 대다수 사람들이 여전히 그럴 것이라고 상상하는 미국이다. 그 시절 김광기는 "이를테면 서부의 시애틀에서 동부의 끝 보스턴으로 가려면 고속도로 90번을 타면 되고, 보스턴에서 95번을 타고 남쪽 끝까지 가면 대문호 헤밍웨이가 살면서 집필하던 플로리다 주 키웨스트에 갈 수 있던" 사통팔달의 전국 고속도로망, 거의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던 그 '자유로(free way)'의 위용 앞에 기가 팍 죽었다.
그랬던 미국 도로들이 지금 아작 나고 있다. 돈이 없어서! 제1장 네 번째 얘기는 '닭은 한 마리만 키우도록!'이다.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가 2009년 9월에 통과시킨 조례 내용이 그렇다. LA 가정집에서 닭을 키우다니? 그렇다. LA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시카고 교외 그리고 광대한 서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닭 키우기 열풍이 불고 있단다. 이게 미국 중산층의 현실이다.
전례 없던 일이다. 하도 극성이라 연간 한 마리 이상 키우면 안 된다는 제한 규정까지 만든 것이다. 왜 닭인가? 육우 고기, 즉 쇠고기야말로 미국인의 주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역시 돈 때문이다. 소득이 쪼그라든 서민들이 인플레로 더 비싸진 쇠고기를 예전처럼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 육우 사육수도 줄어들고 있다. 소비가 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대신 캠핑이나 오지 탐험용 비상 식품쯤으로 외면 받던, 싸구려 스팸 소비가 늘고 스팸 제조 회사 주가가 상종가를 치고 있단다.
그런데 닭 키우는 붐이 인 건 돈 때문만은 아니란다. 실은 이게 더 문제다. 미국이 심각한 상태라는 건 단지 수치로 드러나는 경제적 퇴락, 생활수준 저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 지금 미국 사람들은 닭과 총, 그리고 농작물 씨앗을 구입하려 안달이란다. 모두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 방책과 연관이 있다.
그냥 생활이 예전보다 좀 쪼들려 그런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여차하면 국가의 보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심리적·물질적 위기감을 거기서 느낄 수 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상정한 이런 최후의 생존 전략까지 짜야 할 정도로 지금 미국이란 사회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며 불안하다고, 그리고 적어도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미국인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적한 변방이 아니라 LA나 뉴욕, 시카고 같은 대도시 주민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돈이 없어서 교도소 수감 죄수들마저 형기를 마치기 전에 조기 석방을 시키고 있다. 관리비 아끼려고. 우리 정부도 얼마 전 선진화 표본으로 선전한, 교과서를 전부 디지털화해 종이 교과서 없는 학교 만들기라는 게 있는데,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지사를 지낸 캘리포니아 주가 바로 그런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교과서 디지털화는 선진화 사업이 아니다. 오직 종이 교과서 찍는 데 들어가는 돈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내놓은 고육책일 뿐이다. 이 정도면 자존심 구겨지는 정도의 차원을 넘어선 것 아닌가?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이런 얘기들로 가득 차 있다. 52가지 소주제들로 나눠 정리한, 소소해 보이지만 미국의 낭패가 훨씬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이런 현상들은 물론 지은이 자신이 모두 직접 체험한 것은 아니다. 김광기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뉴스위크>, <로이터>, <블룸버그>, CNN, CBS, 폭스비즈니스 등 수많은 언론 매체와 자료들을 동원한다. 이런 방식이 새로운 건 아니다. 미국의 현실을 진단하는 많은 보고서들이 이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번역서가 아니라 사회학적 전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장기간 미국을 현장 체험한 한국인이 쓴 미국 보고·진단서는 많지 않다.
미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 : 가불 경제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먼저 속으로 골병든 미국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그런 현상을 초래한 주 정부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수 고갈과 빚더미, 더 심각한 연방정부 재정 상태를 살핀다. 그런 다음 지은이는 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됐는지 사회학적 시선으로 병인을 진단한다. 원인은 미국을 미국이게 했던 정신과 가치관을 잃어버린 것이란다. 그 결과 실력주의를 자랑하던 미국이 간판,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로 뒷걸음질치고, 제 것만 챙기는 부도덕한 지도층의 부패와 양극화 속에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미국 사회의 '제3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더욱 암담하게도, 그럼에도 이런 퇴락을 저지할 내부 동력 또한 가속적으로 고갈되고 있다.
이거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 얄궂게도, 지금 한국 사회 주류 세력은 바로 이런 미국을 좀 더 확실하게 본받고 닮지 못해 '한국병'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은이가 보기엔 차라리 한국 사회가 어떤 면에선 미국 사회보다 더 낫다.
지은이가 이 책 후기를 쓰던 올해 8월까지 챙긴 미국 사회 지표들은 정말 한심하다.
금융 위기 이후 노숙자가 30퍼센트나 늘었다. 2009년 156만으로, 미국인 200명 가운데 1명꼴이다.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를 나온 미국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줄줄이 한국행을 택하고 있다. 월 2000달러(약 200만 원)를 받는 영어 강사가 되려고.
미국 전체 기업 주식의 83퍼센트를 상위 15퍼센트가 독차지하고 있다. 2001년 통계인데, 미국이 이런 꼴로 확 바뀐 게 2001년 9·11 사태 이후, 특히 2008년 금융 공황 이후라고 한 김광기의 지적으로 미뤄보건대, 지금은 부익부빈익빈의 정도가 훨씬 더 심화됐을 것이다. 2001~2007년 사이 미국 소득 증가분의 66퍼센트를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이 싹쓸이해 갔다. 미국인 하위 소득자 50퍼센트가 나눠 쓰는 건 미국 전체 부의 1퍼센트 미만이다. 2009년 미국인의 61퍼센트가 '항상'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처지다. 실직하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책 출간 뒤에 나온 거지만, 미국통계국이 9월 1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빈곤율(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소득 가구 비율)은 15.1퍼센트다. 빈곤층 분류 인구 4620만 명은 돈이 없어 의료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5000만 인구와 거의 겹친다. 한국 총인구에 해당하는 미국인이 병원에도 갈 수 없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미국 남성 노동자의 중간 소득은 30여 년 전인 1978년보다 못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일반 가정의 실질 소득도 15년 전인 1996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노후 대비 연금 저축을 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36퍼센트나 되고, 2010년에 150만 명이 파산했다. 같은 해 무상 지원 식권(푸드 스탬프)을 받는 사람이 4000만 명이었으나 올해는 4330만이 될 걸로 예상된다. 2009년 미국인 8명 중 1명이 정부 지원을 받았으며, 그들 중 600만 명은 푸드 스탬프 없으면 굶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 수가 최근 2년 만에 배로 늘었는데, 2010년엔 식량 보조를 받는 사람이 4명에 1명꼴이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산 이후 10가구 당 1가구가 대부금 납부 연체로 당장 집을 압류당할 처지에 몰려 있다.
연간 실업률 9.7퍼센트.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한 실업률은 2009년 10월에 17.5퍼센트까지로 치솟았다. 비정규직과 불완전 고용을 포함하는 실질 실업률은 5명 가운데 1명꼴인 20퍼센트에 육박한단다. 실직을 면해도 일반 회사원과 임원이 받는 봉급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1950~60년대엔 그게 평균 1대 5~30이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1대 300~500이 됐다.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연결돼 있다.
2011 회계 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 미국 주 정부들의 총 재정 적자는 5000억 달러(약 600조원). 더 급한 불은 주 정부 재정 적자에도 포착되지 않는 연체된 공공 기금 1조 달러(약 1200조 원).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렇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으니 주 정부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던 비영리 복지 시설 등에 돈이 가질 않아, 예컨대 일리노이 주의 복지 시설 소속 어느 약사가 주 정부로부터 개인적으로 받아야 할 밀린 제약비가 20만 달러(약 2억4000만 원)나 됐다. 이런 형편이니 약국과 병원이 받지 못한 진료비와 약값은 얼마나 되겠나.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 일리노이 주 2000여 개 비영리 복지 시설에 주기로 한 지원금만 110억 달러나 밀렸단다. 주 정부를 맡은 정치인·관료들이 흥청망청 재정을 축내고도 표를 의식해 실상을 숨긴데다, 경기 악화로 세수 결손이 커지고, 적자를 보전해줄 연방 정부마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앉으면서 참상은 확대일로다.
주 정부는 법적으로 파산이 금지돼 있으므로, 어떻게든 정부를 꾸려가려면 쥐어짜듯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연방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의욕적으로 벌였던 대형 사업들이 돈을 못 대 나자빠지고, 교도소 수형자들은 조기 석방해야 하며, 공립학교 교사들을 마구 잘라낼 수밖에 없다. 2010년 캘리포니아 교육청은 교사 2만2000명을 해고 했고, 일리노이 주는 1만7000명, 뉴욕 주는 1만5000명 감원을 예고했다. 전국적으로 그해 한 해에만 10~30만 교사가 해고될 것이라 했다. 이 때문에 미국 공립학교 한 반 학생 수는 15~20명이었는데, 이젠 30명을 훌쩍 넘겼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4일제 수업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교육의 질 저하다. 이것이 미국의 퇴락을 저지할 인적 자원의 손상으로 연결돼 퇴락의 가속화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 이미 연간 GDP 규모인 14조 달러를 넘어섰고, 10년 뒤엔 무려 21조 달러(약 3경246조 원)로 빚이 늘어난다는 연방정부. 순전히 빚에 대한 이자로만 2009년에 2020억 달러 그리고 2019년까지 해마다 5000억 달러, 2019년에는 7000억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할 연방 정부 사정으로 보건대 이런 퇴락을 막을 획기적 방안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방법은 세금을 더 많이 걷고 감당하기 힘든 빚부터 갚아나가면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긴급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채 상한 상향 조정을 둘러싼 정쟁 중에 재확인됐지만, 세금을 더 내야 할 부자들은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치인들, 주로 '티 파티'가 상징하는 공화당 꼴보수 국회의원을 앞세워 증세 절대 불가를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공황적 불경기에 자살 행위가 될 수 있는 정부 재정 지출 삭감(이것도 공화당이 끝까지 고집했다)까지 가세하는 최악의 조합이 지금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을 앞세운 미국 사회의 계급 분열과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만하다. 증세하지 않고 재정 지출까지 삭감하면 경제가 쪼그라드는 건 필연인데, 공화당 보수 우익이 설마 미국의 과잉 소비와 경제 규모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겠다는 부처님 마음이 갑자기 생겨 그랬겠나.
이런 게 다 '가불 경제' 구조 때문이란다. 예상되는 미래의 늘어날 수입을 상정해 놓고 그것이 현실화하지도 않은 지금 그 예상 소득 수준에 맞춰 미리 펑펑 소비하는 경제다. 세제도 사글세로 사는 사람보다는 자기 집을 가지고 펑펑 쓰는 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집을 살 땐 집값의 20퍼센트 정도만 은행 융자를 받아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는 거의 평생에 걸쳐 조금씩 갚아나간다. 예전의 미국사회에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용으로 집을 사고파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제 그런 전통이 허물어졌다.
투기는 2008년 금융 공황을 초래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부동산 투기 붐,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이 온갖 파생 금융 상품을 만들어 떼돈을 벌면서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집을 살 수 있도록 융자해 주고 그것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온갖 파생 상품을 만든 약탈적 서브프라임모기지 붐 때 그 절정에 이르렀다.
거의 무일푼으로 집을 살 수 있었고, 집값은 올라갔고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기에 사람들은 미래의 집값 상승분을 현재의 소득으로 간주하고 펑펑 썼다.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을 압류 당하게 되면 집을 버리면 그만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들인 돈이 거의 없어, 집 구입자가 날릴 돈은 그때까지 물어온 이자 정도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에선 은행 빚으로 빌린 집값이 뚝 떨어져도 그 차액(채권자 손실분)을 갚을 의무가 없다. 예컨대 1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8000만 원을 대출받았는데 집값이 5000만 원으로 떨어졌을 때 집을 포기하고 채권자에게 넘겨도 차액 3000만 원을 갚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부자들조차 이런 제도를 악용한 '전략적 체납' 대열에 합류하는 도덕 불감증,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오직 쓰는 놈, 더 많이 쓰는 놈이 장땡이 되는 구조.
미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 : 가치 실종
위에 열거한, 미국의 경제적 쇠락을 보여주는 통계 수치들 중 상당수는 사실 새로울 게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이 보아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충격적이지만, 지은이는 미국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더 심각한 요인을 경제 외적인 데서 찾는다. 그가 미국의 퇴락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 추세라 보는 것도 경제 외적인 이유 때문이다. 더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요인은, "미국인만이 가진 그리고 미국인만이 소유한 소중한 무엇이-이념이든 문화든 습속이든 뭐든 상관없이-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그 첫째가 '신뢰의 증발'이다. 예컨대 한국이 혈연·지연·학연으로 상통하지만 그 바깥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타적인 '확신(confidence)'의 사회라면, 예전의 미국은 그런 인연들을 초월해 믿음과 실력과 성실만으로도 온갖 차이를 넘어 다양하게 어울릴 수 있는 '신뢰(trust)'의 사회였다. 그래서 김광기는 유학 시절 주유소에서 돈 지갑을 갖고 나오지 않았는데도 우선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수 있었고, 학벌이나 피부색 차이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랬던 미국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빵에 썩은 땅콩버터를 넣어 떼돈을 벌려 안달하는 사회가 됐고, 기내식이 식중독을 일으킬 정도로 위생 상태가 형편없는 항공사들이 수두룩해졌으며, 심지어 유해 항생 물질과 농약,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육류를 내놓고 파는 사회가 됐다. 멕시코로 수출한 미국 쇠고기가 불량 판정을 받아 반품됐는데, 그게 미국 슈퍼마켓에서 버젓이 판매될 지경이다. 살충제 등의 유해 성분들이 나온 의약품과 건강 보조 식품, 사서 입다 반품한 여성 속옷을 세탁도 하지 않고 하루 정도 걸어뒀다 냄새가 빠지면 다시 포장해서 팔다가 적발된 얌체 상혼 등등 미국의 '제3세계화'가 눈부시다.
예전에 진학이나 취직을 할 때 일반적으로 통용됐던 학교장 추천서도 이젠 한국처럼 불신을 살 정도로 남·오용되고 있다. 객관적 수치를 들이대는 '스펙' 쌓기가 유행하고 승자만이 찬사를 받는다. 또 그 때문에 학점 인플레와 유력자 자식 봐주기, 성적 따기 부정행위, 약물 복용, 학점 세탁, 입시 청탁이 연쇄 반응처럼 등장한다. 결국 어느 대학 출신인지 관심도 없던 미국 사회가 실력이 아니라 간판과 학벌을 앞세우는 우승열패의 승자독식 사회가 돼 가고 있다. 공교육이 부실화하고 학원까지 번성한다. 미국의 한국화라 해야 할까.
승자독식의 비정과 양심 불량의 부도덕이 횡행하는 미국 사회의 축도가 월스트리트다. 예컨대 금융 공황 대책 최전선에 섰던 재무장관 헨리 폴슨은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이고, 백악관 비서실장 조슈아 볼턴,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등도 골드만삭스 최고위직에 있었다. 또 한 사람의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루빈 뒤를 이어 재무장관을 지내고 하버드 대학 총장까지 한 래리 서머스는 오바마 정부 국가경제위원장이 됐다. 지금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는 서머스의 제자다. 폴슨은 루빈의 제자고 서머스 또한 루빈의 후배다. 루빈은 골드만삭스를 거쳐 재무장관이 됐고, 그 뒤엔 시티그룹 선임고문이 됐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월가의 소형 투자은행인 센터뷰 파트너스로 갔다. 그는 시티그룹을 위기로 몬 장본인으로 지목됐으나 연봉을 1500만 달러나 받았다. 재벌 금융사 고위직에 있다가 정부 고관이 되고 퇴직 뒤 다시 재벌사 고연봉자로, 그리곤 때가 되면 다시 정부 요직으로 돌고 도는 회전문인사로 단물만 빨아온 부도덕한 졸부들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
이들이 망해가던 골드만삭스, AIG, GM, 시티그룹 등에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공적 구제 자금)을 쏟아붓는데 앞장섰다. 시티그룹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50억 달러나 되는 구제 금융을 근거도 없이 받은 데다 역시 근거 없이 38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 감면까지 받았다. 그런 특혜를 받은 시티그룹이 2009년 CEO에게 준 연봉은 무려 3000만 달러였다. AIG도 받은 구제 금융으로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가 집중 성토를 당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엄청난 손실과 그에 따른 다량 해고와 수많은 가정 파탄을 초래한 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금융업자는 한 명도 없다. 금융 재벌들은 공황을 일으켜 서민들을 벼랑으로 몰았고, 공황 발생 뒤에는 어마어마한 구제 금융으로 또다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그리고 지금도 떵떵거리며 산다.
글로벌 스탠더드, 인권 종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력주의 등 한때 미국을 장식했던, 한국 언론들이 바보처럼 지금도 그렇다고 상찬해마지 않는 미국적 가치들은 이미 옛말이 돼가고 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에서 사회학자 김광기가 미국 몰락의 핵심 요인으로 꼽은 게 바로 이것이다. 그가 미국이 조만간 예전 모습으로 재생할 가능성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인 이유도 경제 외적 요소, 정신과 가치관과 도덕성의 퇴락이다.
미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 : 비판 부재
김광기의 생각을 더욱 회의적인 쪽으로 잡아끄는 게 또 있다.
그것은 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며 파괴적인 승자독식 우승열패의 지옥으로 변해가는 미국 사회에 대해 누구도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고 성토하며 저항하지 않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예전의 미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광기는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을 무엇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한 채 순종적인 예스맨들만 양산하는 퇴락한 공교육과 권력을 향해 용비어천가만 불러대는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쯤 되면 이게 미국인지 한국인지 더욱 헷갈린다. 김광기는 그래도 불량한 강자들에 대들 줄 아는 한국이 차라리 좀 더 희망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분명히 망해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러면 미국이 예전의 그 가치들, 도덕성을 회복하면 재생할 수 있을까? 예전의 미국적 가치라는 게 과연 보편타당한 것이었을까? 혹시 그런 가치 때문에 미국이 흥한 게 아니라 흥했기 때문에 그런 가치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미국적 가치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대국적 경제력이 경쟁자들의 등장과 피할 수 없는 내부 동맥경화로 오래 지속될 수 없듯이 언젠가는 사그라질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지구가 몇 개 있어도 모자란다는 미국적 과잉 소비와 약탈적 패권 유지를 막기는커녕 결과적으로 그것을 방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겼다면, 차라리 패권과 더불어 사라지는 게 낫지 않을까?
2010년 연간 국내 총생산(GDP) 14조6600억 달러. 이 규모를 능가하는 과도한 국가 부채, 연간 1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 그것을 임시변통으로 메우기 위한 부채(국채 발행 등) 상한 상향조정을 둘러싼 여·야 간 물불 가리지 않는 정쟁. 그 때문에 국가 신용 평가 등급이 떨어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빚은 데다 앞으로도 사정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니 미국 몰락 얘기가 더는 새삼스러울 게 없을 지경이 됐다.
물론 그래도 그건 헛소리다, 미국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이다, 어렵지만 패권을 유지할 것이다, 라는 얘기도 한 곳에선 무수하다. 어느 쪽 얘기가 맞을까?
사회학자 김광기의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동아시아 펴냄) 제1장 '경제 위기로 구겨진 미국인의 자존심' 중의 첫 번째 얘기는 '아스팔트에서 자갈로 탈바꿈하는 미국의 프리웨이'다. 거기에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출처가 <월스트리트저널>이고, "노스다코타 주의 제임스타운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파헤치고 대신 자갈을 깔고 있는 모습"이란 설명이 붙었다.
아득하게 뻗어나간 도로 중간에 도로 포장 차량들이 열심히 자갈을 깔고 있는데, 아스팔트를 입히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있던 아스팔트를 아예 걷어내고 자갈로만 포장하는 것이다. 아스팔트는 오래되면 갈라지거나 패이기 때문에 걷어내고 다시 깔든지, 손상된 부분만 땜질하거나 윗부분만 살짝 깎아내고 덧칠하든지 해야 한다. 계속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든다. 아스팔트를 자갈로 교체하는 건 그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를 그냥 내버려둬도 역청 성분이 빠져나가 결국 자갈길이 되고 말겠지만, 고르게 같은 속도로 분해되진 않는다. 그래서 완전히 자갈길로 분해되기까지 오랜 기간 여기저기 다른 모양으로 패이고 찢긴 상처들로 누더기가 되어 오히려 비포장도로보다 못한 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둘 순 없다. 아스팔트가 필요 없는 자갈길로 만드는 게 가장 손쉽다.
이런 한심한 일이 노스다코타 주 어느 한 곳에서만 일어났다면 그럴 수도 있겠군, 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사우스다코타, 앨라배마,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주에서도 일어났고 미시간 주에서는 83개 군 가운데 무려 38개 군 아스팔트길이 자갈길로 바뀌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대학에서 세미나까지 열렸다는데, 세미나 이름이 '석기 시대로의 귀환(Back to the Stone Age)'이었다나.
지은이가 이 얘기를 제1장 처음에 실은 이유를 짐작하겠다. 지금의 미국 꼴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데 이만한 얘기가 없을 것이다. 그가 아스팔트길을 자갈길로 바꾸는 미국의 변화를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그렇지 않았던 미국, 이런 꼴이 되기 전의 미국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변화의 깊은 내면까지 더욱 선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하와이와 보스턴에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유학 생활을 했고, 이 책의 구상을 구체화한 2008년 초, 미국이 금융 공황의 해일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그 시기에 시애틀에서 연구 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유학 시절과 연구 년을 보내던 시절 및 그 이후의 시간적 간격을 사이에 둔 미국의 극적인 변화를 미국 현장에서 체험했다.
{#8962620375#}
▲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김광기 지음, 동아시아 펴냄). ⓒ동아시아 |
그랬던 미국 도로들이 지금 아작 나고 있다. 돈이 없어서! 제1장 네 번째 얘기는 '닭은 한 마리만 키우도록!'이다. 로스앤젤레스(LA) 시의회가 2009년 9월에 통과시킨 조례 내용이 그렇다. LA 가정집에서 닭을 키우다니? 그렇다. LA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시카고 교외 그리고 광대한 서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닭 키우기 열풍이 불고 있단다. 이게 미국 중산층의 현실이다.
전례 없던 일이다. 하도 극성이라 연간 한 마리 이상 키우면 안 된다는 제한 규정까지 만든 것이다. 왜 닭인가? 육우 고기, 즉 쇠고기야말로 미국인의 주식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역시 돈 때문이다. 소득이 쪼그라든 서민들이 인플레로 더 비싸진 쇠고기를 예전처럼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 육우 사육수도 줄어들고 있다. 소비가 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대신 캠핑이나 오지 탐험용 비상 식품쯤으로 외면 받던, 싸구려 스팸 소비가 늘고 스팸 제조 회사 주가가 상종가를 치고 있단다.
그런데 닭 키우는 붐이 인 건 돈 때문만은 아니란다. 실은 이게 더 문제다. 미국이 심각한 상태라는 건 단지 수치로 드러나는 경제적 퇴락, 생활수준 저하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다. 지금 미국 사람들은 닭과 총, 그리고 농작물 씨앗을 구입하려 안달이란다. 모두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 방책과 연관이 있다.
그냥 생활이 예전보다 좀 쪼들려 그런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여차하면 국가의 보호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심리적·물질적 위기감을 거기서 느낄 수 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상정한 이런 최후의 생존 전략까지 짜야 할 정도로 지금 미국이란 사회는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며 불안하다고, 그리고 적어도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 이런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미국인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적한 변방이 아니라 LA나 뉴욕, 시카고 같은 대도시 주민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돈이 없어서 교도소 수감 죄수들마저 형기를 마치기 전에 조기 석방을 시키고 있다. 관리비 아끼려고. 우리 정부도 얼마 전 선진화 표본으로 선전한, 교과서를 전부 디지털화해 종이 교과서 없는 학교 만들기라는 게 있는데,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지사를 지낸 캘리포니아 주가 바로 그런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의 교과서 디지털화는 선진화 사업이 아니다. 오직 종이 교과서 찍는 데 들어가는 돈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내놓은 고육책일 뿐이다. 이 정도면 자존심 구겨지는 정도의 차원을 넘어선 것 아닌가?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이런 얘기들로 가득 차 있다. 52가지 소주제들로 나눠 정리한, 소소해 보이지만 미국의 낭패가 훨씬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이런 현상들은 물론 지은이 자신이 모두 직접 체험한 것은 아니다. 김광기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뉴스위크>, <로이터>, <블룸버그>, CNN, CBS, 폭스비즈니스 등 수많은 언론 매체와 자료들을 동원한다. 이런 방식이 새로운 건 아니다. 미국의 현실을 진단하는 많은 보고서들이 이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번역서가 아니라 사회학적 전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장기간 미국을 현장 체험한 한국인이 쓴 미국 보고·진단서는 많지 않다.
ⓒ프레시안 |
미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첫 번째 이유 : 가불 경제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는 먼저 속으로 골병든 미국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그런 현상을 초래한 주 정부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수 고갈과 빚더미, 더 심각한 연방정부 재정 상태를 살핀다. 그런 다음 지은이는 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됐는지 사회학적 시선으로 병인을 진단한다. 원인은 미국을 미국이게 했던 정신과 가치관을 잃어버린 것이란다. 그 결과 실력주의를 자랑하던 미국이 간판,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로 뒷걸음질치고, 제 것만 챙기는 부도덕한 지도층의 부패와 양극화 속에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미국 사회의 '제3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더욱 암담하게도, 그럼에도 이런 퇴락을 저지할 내부 동력 또한 가속적으로 고갈되고 있다.
이거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 얄궂게도, 지금 한국 사회 주류 세력은 바로 이런 미국을 좀 더 확실하게 본받고 닮지 못해 '한국병'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은이가 보기엔 차라리 한국 사회가 어떤 면에선 미국 사회보다 더 낫다.
지은이가 이 책 후기를 쓰던 올해 8월까지 챙긴 미국 사회 지표들은 정말 한심하다.
금융 위기 이후 노숙자가 30퍼센트나 늘었다. 2009년 156만으로, 미국인 200명 가운데 1명꼴이다.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를 나온 미국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줄줄이 한국행을 택하고 있다. 월 2000달러(약 200만 원)를 받는 영어 강사가 되려고.
미국 전체 기업 주식의 83퍼센트를 상위 15퍼센트가 독차지하고 있다. 2001년 통계인데, 미국이 이런 꼴로 확 바뀐 게 2001년 9·11 사태 이후, 특히 2008년 금융 공황 이후라고 한 김광기의 지적으로 미뤄보건대, 지금은 부익부빈익빈의 정도가 훨씬 더 심화됐을 것이다. 2001~2007년 사이 미국 소득 증가분의 66퍼센트를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이 싹쓸이해 갔다. 미국인 하위 소득자 50퍼센트가 나눠 쓰는 건 미국 전체 부의 1퍼센트 미만이다. 2009년 미국인의 61퍼센트가 '항상'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처지다. 실직하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책 출간 뒤에 나온 거지만, 미국통계국이 9월 1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빈곤율(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는 소득 가구 비율)은 15.1퍼센트다. 빈곤층 분류 인구 4620만 명은 돈이 없어 의료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5000만 인구와 거의 겹친다. 한국 총인구에 해당하는 미국인이 병원에도 갈 수 없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미국 남성 노동자의 중간 소득은 30여 년 전인 1978년보다 못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일반 가정의 실질 소득도 15년 전인 1996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면, 노후 대비 연금 저축을 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36퍼센트나 되고, 2010년에 150만 명이 파산했다. 같은 해 무상 지원 식권(푸드 스탬프)을 받는 사람이 4000만 명이었으나 올해는 4330만이 될 걸로 예상된다. 2009년 미국인 8명 중 1명이 정부 지원을 받았으며, 그들 중 600만 명은 푸드 스탬프 없으면 굶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 수가 최근 2년 만에 배로 늘었는데, 2010년엔 식량 보조를 받는 사람이 4명에 1명꼴이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산 이후 10가구 당 1가구가 대부금 납부 연체로 당장 집을 압류당할 처지에 몰려 있다.
연간 실업률 9.7퍼센트. 구직 단념자까지 포함한 실업률은 2009년 10월에 17.5퍼센트까지로 치솟았다. 비정규직과 불완전 고용을 포함하는 실질 실업률은 5명 가운데 1명꼴인 20퍼센트에 육박한단다. 실직을 면해도 일반 회사원과 임원이 받는 봉급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1950~60년대엔 그게 평균 1대 5~30이었으나 2000년 이후에는 1대 300~500이 됐다. 이는 중산층의 몰락과 연결돼 있다.
2011 회계 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 미국 주 정부들의 총 재정 적자는 5000억 달러(약 600조원). 더 급한 불은 주 정부 재정 적자에도 포착되지 않는 연체된 공공 기금 1조 달러(약 1200조 원).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렇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으니 주 정부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던 비영리 복지 시설 등에 돈이 가질 않아, 예컨대 일리노이 주의 복지 시설 소속 어느 약사가 주 정부로부터 개인적으로 받아야 할 밀린 제약비가 20만 달러(약 2억4000만 원)나 됐다. 이런 형편이니 약국과 병원이 받지 못한 진료비와 약값은 얼마나 되겠나.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 일리노이 주 2000여 개 비영리 복지 시설에 주기로 한 지원금만 110억 달러나 밀렸단다. 주 정부를 맡은 정치인·관료들이 흥청망청 재정을 축내고도 표를 의식해 실상을 숨긴데다, 경기 악화로 세수 결손이 커지고, 적자를 보전해줄 연방 정부마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앉으면서 참상은 확대일로다.
주 정부는 법적으로 파산이 금지돼 있으므로, 어떻게든 정부를 꾸려가려면 쥐어짜듯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연방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의욕적으로 벌였던 대형 사업들이 돈을 못 대 나자빠지고, 교도소 수형자들은 조기 석방해야 하며, 공립학교 교사들을 마구 잘라낼 수밖에 없다. 2010년 캘리포니아 교육청은 교사 2만2000명을 해고 했고, 일리노이 주는 1만7000명, 뉴욕 주는 1만5000명 감원을 예고했다. 전국적으로 그해 한 해에만 10~30만 교사가 해고될 것이라 했다. 이 때문에 미국 공립학교 한 반 학생 수는 15~20명이었는데, 이젠 30명을 훌쩍 넘겼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4일제 수업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교육의 질 저하다. 이것이 미국의 퇴락을 저지할 인적 자원의 손상으로 연결돼 퇴락의 가속화에 일조하고 있다.
올해 이미 연간 GDP 규모인 14조 달러를 넘어섰고, 10년 뒤엔 무려 21조 달러(약 3경246조 원)로 빚이 늘어난다는 연방정부. 순전히 빚에 대한 이자로만 2009년에 2020억 달러 그리고 2019년까지 해마다 5000억 달러, 2019년에는 7000억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할 연방 정부 사정으로 보건대 이런 퇴락을 막을 획기적 방안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방법은 세금을 더 많이 걷고 감당하기 힘든 빚부터 갚아나가면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는 대신 긴급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채 상한 상향 조정을 둘러싼 정쟁 중에 재확인됐지만, 세금을 더 내야 할 부자들은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치인들, 주로 '티 파티'가 상징하는 공화당 꼴보수 국회의원을 앞세워 증세 절대 불가를 고집하고 있다. 여기에 공황적 불경기에 자살 행위가 될 수 있는 정부 재정 지출 삭감(이것도 공화당이 끝까지 고집했다)까지 가세하는 최악의 조합이 지금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당을 앞세운 미국 사회의 계급 분열과 대립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만하다. 증세하지 않고 재정 지출까지 삭감하면 경제가 쪼그라드는 건 필연인데, 공화당 보수 우익이 설마 미국의 과잉 소비와 경제 규모를 줄여 지구 온난화를 저지하겠다는 부처님 마음이 갑자기 생겨 그랬겠나.
이런 게 다 '가불 경제' 구조 때문이란다. 예상되는 미래의 늘어날 수입을 상정해 놓고 그것이 현실화하지도 않은 지금 그 예상 소득 수준에 맞춰 미리 펑펑 소비하는 경제다. 세제도 사글세로 사는 사람보다는 자기 집을 가지고 펑펑 쓰는 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집을 살 땐 집값의 20퍼센트 정도만 은행 융자를 받아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는 거의 평생에 걸쳐 조금씩 갚아나간다. 예전의 미국사회에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용으로 집을 사고파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제 그런 전통이 허물어졌다.
투기는 2008년 금융 공황을 초래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부동산 투기 붐,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이 온갖 파생 금융 상품을 만들어 떼돈을 벌면서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집을 살 수 있도록 융자해 주고 그것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온갖 파생 상품을 만든 약탈적 서브프라임모기지 붐 때 그 절정에 이르렀다.
거의 무일푼으로 집을 살 수 있었고, 집값은 올라갔고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기에 사람들은 미래의 집값 상승분을 현재의 소득으로 간주하고 펑펑 썼다. 원리금을 갚지 못해 집을 압류 당하게 되면 집을 버리면 그만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들인 돈이 거의 없어, 집 구입자가 날릴 돈은 그때까지 물어온 이자 정도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에선 은행 빚으로 빌린 집값이 뚝 떨어져도 그 차액(채권자 손실분)을 갚을 의무가 없다. 예컨대 1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8000만 원을 대출받았는데 집값이 5000만 원으로 떨어졌을 때 집을 포기하고 채권자에게 넘겨도 차액 3000만 원을 갚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부자들조차 이런 제도를 악용한 '전략적 체납' 대열에 합류하는 도덕 불감증,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오직 쓰는 놈, 더 많이 쓰는 놈이 장땡이 되는 구조.
미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 : 가치 실종
위에 열거한, 미국의 경제적 쇠락을 보여주는 통계 수치들 중 상당수는 사실 새로울 게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이 보아온 것들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충격적이지만, 지은이는 미국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더 심각한 요인을 경제 외적인 데서 찾는다. 그가 미국의 퇴락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 추세라 보는 것도 경제 외적인 이유 때문이다. 더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요인은, "미국인만이 가진 그리고 미국인만이 소유한 소중한 무엇이-이념이든 문화든 습속이든 뭐든 상관없이-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그 첫째가 '신뢰의 증발'이다. 예컨대 한국이 혈연·지연·학연으로 상통하지만 그 바깥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타적인 '확신(confidence)'의 사회라면, 예전의 미국은 그런 인연들을 초월해 믿음과 실력과 성실만으로도 온갖 차이를 넘어 다양하게 어울릴 수 있는 '신뢰(trust)'의 사회였다. 그래서 김광기는 유학 시절 주유소에서 돈 지갑을 갖고 나오지 않았는데도 우선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수 있었고, 학벌이나 피부색 차이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랬던 미국이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빵에 썩은 땅콩버터를 넣어 떼돈을 벌려 안달하는 사회가 됐고, 기내식이 식중독을 일으킬 정도로 위생 상태가 형편없는 항공사들이 수두룩해졌으며, 심지어 유해 항생 물질과 농약,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육류를 내놓고 파는 사회가 됐다. 멕시코로 수출한 미국 쇠고기가 불량 판정을 받아 반품됐는데, 그게 미국 슈퍼마켓에서 버젓이 판매될 지경이다. 살충제 등의 유해 성분들이 나온 의약품과 건강 보조 식품, 사서 입다 반품한 여성 속옷을 세탁도 하지 않고 하루 정도 걸어뒀다 냄새가 빠지면 다시 포장해서 팔다가 적발된 얌체 상혼 등등 미국의 '제3세계화'가 눈부시다.
예전에 진학이나 취직을 할 때 일반적으로 통용됐던 학교장 추천서도 이젠 한국처럼 불신을 살 정도로 남·오용되고 있다. 객관적 수치를 들이대는 '스펙' 쌓기가 유행하고 승자만이 찬사를 받는다. 또 그 때문에 학점 인플레와 유력자 자식 봐주기, 성적 따기 부정행위, 약물 복용, 학점 세탁, 입시 청탁이 연쇄 반응처럼 등장한다. 결국 어느 대학 출신인지 관심도 없던 미국 사회가 실력이 아니라 간판과 학벌을 앞세우는 우승열패의 승자독식 사회가 돼 가고 있다. 공교육이 부실화하고 학원까지 번성한다. 미국의 한국화라 해야 할까.
승자독식의 비정과 양심 불량의 부도덕이 횡행하는 미국 사회의 축도가 월스트리트다. 예컨대 금융 공황 대책 최전선에 섰던 재무장관 헨리 폴슨은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이고, 백악관 비서실장 조슈아 볼턴,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등도 골드만삭스 최고위직에 있었다. 또 한 사람의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루빈 뒤를 이어 재무장관을 지내고 하버드 대학 총장까지 한 래리 서머스는 오바마 정부 국가경제위원장이 됐다. 지금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는 서머스의 제자다. 폴슨은 루빈의 제자고 서머스 또한 루빈의 후배다. 루빈은 골드만삭스를 거쳐 재무장관이 됐고, 그 뒤엔 시티그룹 선임고문이 됐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월가의 소형 투자은행인 센터뷰 파트너스로 갔다. 그는 시티그룹을 위기로 몬 장본인으로 지목됐으나 연봉을 1500만 달러나 받았다. 재벌 금융사 고위직에 있다가 정부 고관이 되고 퇴직 뒤 다시 재벌사 고연봉자로, 그리곤 때가 되면 다시 정부 요직으로 돌고 도는 회전문인사로 단물만 빨아온 부도덕한 졸부들이 미국을 망치고 있다.
이들이 망해가던 골드만삭스, AIG, GM, 시티그룹 등에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공적 구제 자금)을 쏟아붓는데 앞장섰다. 시티그룹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모두 450억 달러나 되는 구제 금융을 근거도 없이 받은 데다 역시 근거 없이 38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 감면까지 받았다. 그런 특혜를 받은 시티그룹이 2009년 CEO에게 준 연봉은 무려 3000만 달러였다. AIG도 받은 구제 금융으로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가 집중 성토를 당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엄청난 손실과 그에 따른 다량 해고와 수많은 가정 파탄을 초래한 죄로 형사 처벌을 받은 금융업자는 한 명도 없다. 금융 재벌들은 공황을 일으켜 서민들을 벼랑으로 몰았고, 공황 발생 뒤에는 어마어마한 구제 금융으로 또다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었다. 그리고 지금도 떵떵거리며 산다.
글로벌 스탠더드, 인권 종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력주의 등 한때 미국을 장식했던, 한국 언론들이 바보처럼 지금도 그렇다고 상찬해마지 않는 미국적 가치들은 이미 옛말이 돼가고 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에서 사회학자 김광기가 미국 몰락의 핵심 요인으로 꼽은 게 바로 이것이다. 그가 미국이 조만간 예전 모습으로 재생할 가능성에 대해 지극히 회의적인 이유도 경제 외적 요소, 정신과 가치관과 도덕성의 퇴락이다.
미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 : 비판 부재
김광기의 생각을 더욱 회의적인 쪽으로 잡아끄는 게 또 있다.
그것은 이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이며 파괴적인 승자독식 우승열패의 지옥으로 변해가는 미국 사회에 대해 누구도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고 성토하며 저항하지 않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예전의 미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광기는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을 무엇 하나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한 채 순종적인 예스맨들만 양산하는 퇴락한 공교육과 권력을 향해 용비어천가만 불러대는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쯤 되면 이게 미국인지 한국인지 더욱 헷갈린다. 김광기는 그래도 불량한 강자들에 대들 줄 아는 한국이 차라리 좀 더 희망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분명히 망해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러면 미국이 예전의 그 가치들, 도덕성을 회복하면 재생할 수 있을까? 예전의 미국적 가치라는 게 과연 보편타당한 것이었을까? 혹시 그런 가치 때문에 미국이 흥한 게 아니라 흥했기 때문에 그런 가치가 만들어진 건 아닐까? 미국적 가치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대국적 경제력이 경쟁자들의 등장과 피할 수 없는 내부 동맥경화로 오래 지속될 수 없듯이 언젠가는 사그라질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지구가 몇 개 있어도 모자란다는 미국적 과잉 소비와 약탈적 패권 유지를 막기는커녕 결과적으로 그것을 방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겼다면, 차라리 패권과 더불어 사라지는 게 낫지 않을까?
/한승동 <한겨레> 논설위원
CopyrightⓒPRESSian Corp. All rights reserved.
2011년 9월 17일 8:17:10
from twtkr
retweeted by @bonodong
See More: http://twitter.com/woodstock1000/status/114840275666468864
Sent with TwitBird
"Semper Gumby" iPhone
2011년 9월 16일 금요일
@glutamatergic shared a tweet for you via @TwitBird
Tweet from 박수민 / Soo Min Park(@minist) 하버드대가 클라우드로 시스템 전환을 준비중. 그 일환으로 리서치 일부를 외부 클라우드에 위치시키고 40 GBps의 파이버 연결을 통해 고속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성. 점차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여러분야에서 가속화될 듯 http://j.mp/oN7ckz
2011년 9월 16일 4:59:27
from Timely App
retweeted by @hiconcep
See More: http://twitter.com/minist/status/114428134593540096
Sent with TwitBird
2011년 9월 16일 4:59:27
from Timely App
retweeted by @hiconcep
See More: http://twitter.com/minist/status/114428134593540096
Sent with TwitBird
"Semper Gumby" iPhone
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수첩]대학 구조조정과 의과대학
“의학계열이 주요 지표에 반영되지 않아 치명타를 입었다. 평가 인증도 받았다. 부실 의과대학 이미지는 억울하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의사국가시험 합격률은 전체 평균 92.8%에 미치지 못했다. 의사국시에서는 이들 대학 교육이 최고인 것만은 아니라는 결과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일면서 대학가가 침체 분위기다. 총장 및 보직교수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나는가 하면 일부 대학의 반발 여론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정부재정 지원 및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에 의과대학을 보유한 곳들이 포함되면서 의대ㆍ의전원 학생을 비롯해 관계자들 역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시선에 날이 서 있다. 사실 대학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불리는 이번 명단 발표는 의학계열이 지표 산정에서 일부 제외되는 등 의대 문제로 확대해석 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해당 대학들도 아쉬움을 드러내는 등 불똥이 튈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구조조정 바람이 의과대학 교육을 돌아볼 수 있는 또 한 번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의과대학 인증평가에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서남대뿐만 아니라 재정지원 및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에 고신대, 관동대, 원광대 등이 오르면서 ‘부실 대학’에 대한 의료계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 의과대학은 그동안 국가시험 응시 제한 관련 법안 발의로 이어지는 등 의료계의 고민거리 중 하나로 꾸준히 논의돼 왔다. 더욱이 의과대학 교육의 질이 의사국가시험 합격률로 대변되는 의료계 밖의 시선들로 인해 고민의 무게가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의학계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의과대학의 입시학원화였다. 높은 의사국시 합격률이 부실한 교육환경과 미비한 지표 수행에 면죄부 역할을 해왔던 전적 탓이다. 최근에는 국회 자료를 통해 전국 의과대학의 의사국시 합격률이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경우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열화 된 대학평판과 인식에 대한 경종일 수 있지만 국시 합격률이 의대 교육의 전부로 비쳐지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의사국시만 합격하면 그만’이라는 대학본부와 학생 등 구성원 모두의 인식이 의대 교육의 질적 발전과 변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하다. 암기 위주 방식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의대교육 특성을 넘어 소통 능력은 물론 인문학과 윤리 등 다각도의 모색이 시도되는 현재의 노력과도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학부 시절과 국시에서의 높은 성적은 좋은 스펙이 될 수 있지만 의료인으로서의 자질과 소양 모두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 교육은 의사 직능에 있어서 가장 기초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학들에게 지표 개선ㆍ향상과 더불어 의료계 고민에 동참하고 의대교육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되는 가장 큰 이유이자 명분이 아닐까 싶다. | |
|
9/8 (목) 홍승용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고강도 대학구조조정의 배경
☎ 손석희 / 진행 :
이어서 홍승용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연결하겠습니다. 인하대 총장을 역임하셨고 현재 영산대학교 명예총장직을 맡고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네, 안녕하십니까?
☎ 손석희 / 진행 :
예, 기준에 대해선 저희가 들었는데요. 무엇보다도 이제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여러 가지로 좀 불만의 사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취업률도 어떻게 이제 똑같이 평가하긴 어렵지 않느냐, 아까 원광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정 총장님하고 얘기는 안 했습니다만 의대, 치대, 한의대 졸업생들이 있는데 취업률 통계에서 제외돼서 또 불이익을 본 것이 아니냐, 이런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대해서 우선 어떻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뭐 지역논란하고 지표논란 이 두 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역논란의 경우에는 올해의 경우는 수도권하고 지방대학하고 하위권 특히 5%, 15% 하위대학 한다고 그러면 10%는 전체 랭킹으로 보고 나머지 5%에 대해선 수도권도 그 중에 5%, 그 다음에 지방도 5% 해서 사실상 2.5, 2.5 해서 지방대학에 대한 배려를 좀 하자, 이런 것이 올해 그나마 해당이 됐다고 생각하고요.
☎ 손석희 / 진행 :
일종에 차등적용을 했다, 그런 말씀이죠?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예, 예. 그 다음에 특정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도 과도하게 이게 배정이 된다면 학생들한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느냐, 그래서 그런 것도 고려를 했다는 걸 먼저 말씀을 드리고요. 그 다음에 의학계열 여기서 취업률에 대해선 여러 이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정부나 어떠한 이런 정책을 추진할 때 제일 중요한 게 원칙의 고수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이 2월 달에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선정이라든가 이런 방안 할 때 이 의학계열은 제외한다, 이렇게 이제 고시가 나왔고,
☎ 손석희 / 진행 :
아마 그것은 의학계열 학교가 없는 다른 대학과의 형평성, 이런 겁니까?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이걸 조금 좀 검토는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다른 정부재정 지원사업이 우수한 대학끼리 경쟁할 때 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건 하위대학 할 때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 오히려 어려운 학과에 들어가서 90%이상 취업했다, 그건 그 대학으로서는 오히려 좋은 거 아니냐, 그런 논란이 이번에 좀 있을 수 있겠구나, 그래서 그건 한번 내년도의 경우에는 한번 검토를 해야 되지 않나, 한번 진지하게 검토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의 경우에는 대학이 취업률이라든가 전임교원 확보율이라든가 재학생 충원율, 교육비 환원율, 이걸 우리는 대학으로서 가장 중요한 4대 지표라고 보고 절대평가지표라고 선정을 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위 15% 대학 그 안에서 선정된 대출제한대학은 이 절대평가지표에서 두 개의 지표가 미흡할 경우에 이게 선정이 됐기 때문에 많은 분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결국은 이렇게 이른바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명단에 오르게 되면 물론 나름 학교 나름대로 노력들을 하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부딪친 장벽들이 있어서 그게 잘 안 되면 재정지원은 여전히 끊기고 그렇게 될 경우에 학생들은 학교를 찾아오지 않고 결국 고사시킨다 라는 그런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의도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교과부의 의도가?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교과부의 의도는 어차피 가장 중요한 게 대학구조조정이라는 건 우수한 대학은 좀 더 키워나가고 그 다음에 부실대학의 경우에는 일종에 강한 시그널을 좀 줌으로써 환골탈태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될 경우에는 할 수 없이 퇴출이나 통폐합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 손석희 / 진행 :
사실 아시는 것처럼 일단 이렇게 이른바 낙인 효과가 생기면 학생들이 잘 오지 않기 때문에 재학생 충원율이 상당히 불리해질 테고 또 재정지원이 끊기면 교수 충원율에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테고요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참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냐 라는 그런 지적들이 교육계에서는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에 각 대학들이 많은 노력을 해서 우리나라 좋은 대학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그런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를 받아야 된다 라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등록금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과연 이 등록금에 맞는 교육, 대학의 부가가치가 제대로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국민들이나 뭐 여론이 비판적 시각으로 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이제 등록금이 비싸니 정부재정지원이 불가피하지 않느냐, 그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세금이 정말로 좋은 대학으로 가고 꽤 괜찮은 대학으로 가면 좋은데 이게 부실대학으로 간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그걸 억울하겠습니까.
☎ 손석희 / 진행 :
물론 반값등록금 얘기가 나올 때부터 구조조정 얘기는 나왔습니다.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그때부터 나온 거죠.
☎ 손석희 / 진행 :
15개 종교계 대학은 지금 아예 여기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여기에 대한 평가는 따로 이루어집니까? 아니면 어떻게 됩니까?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종교계 대학의 경우는 사실상 취업률 문제라든가 이런 게 특이한 상황이고 그래서 그 문제는 우리가 대학평가를 할 때 여러 그러한 협의와 합의과정을 좀 거쳤습니다. 교과부에서. 저희들 구조개혁위 발족하기 이전에 교과부에서 그런 협의와 논의과정을 거쳤으면서 거기서 바로 종교계 대학은 종교계 지도자를 키우거나 종교계 학과의 학생 25%이상이 되거나 이럴 경우에는 선택을 하라 그래서 종교계 대학이 우리 평가 받겠다, 그럼 평가를 잘 받아가지고 정부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아니면 이제 그 둘 다 아닙니다. 평가도 안 받고 재정지원도 안 받고.
☎ 손석희 / 진행 :
이건 어떻습니까? 상명대 보도자료를 보니까 문화예술학생 비중이 50% 수준인데 대개 졸업 후에 프리랜서로 일하는데 교과부의 취업률은 직장건강보험 가입자만 반영하기 때문에 여기에 취업률이 포함이 안 된다.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금년 2월 달에 우리 이제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 거기할 때 취업률을 어디까지 볼 거냐 하는 문제가 쟁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도 분명하게 고시한 건 건보데이터베이스를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 다음에 이 논란이 이제 나오면서 이거 이 프리랜서나 예체능계 이쪽은 감안을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 이래서 내년도부터는 그걸 국세 DB로 해서 국세청 자료를 오히려 활용하는 것이
☎ 손석희 / 진행 :
소득세로 따진다, 그런 말씀이시죠?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네, 네.
☎ 손석희 / 진행 :
그게 맞는 것 같군요.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네.
☎ 손석희 / 진행 :
1년 취업률로만 따지게 되면 불법 편법 통계들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뭐 인턴을 위해서 어느 기업에 학교가 돈을 지원해 가지고 채용하게 한 다음에 거기서 이제 봉급이 나오게 되면 취업률이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저희가 그래서 경영부실대학의 지표를 할 때 내년도 이제 17개 대출제한대학부터 해당이 곧바로 되는 건데요. 거기서는 취업률을 그냥 단순하게 금년도 몇%다, 아니다 하는 것만 보지 말고 적어도 작년하고 금년하고 매년 개선도랄까, 그런 걸 보도록 하면서 지방대학 같은 경우 열심히 하는 대학 같은 경우는 그걸 감안하자, 그래서 80:20의 비중으로 좀 개선도를 20% 정도는 감안하자, 이런 식으로 했고요. 일시적으로 하는 것, 그런 경우에는 그 효과가 얼마나 가겠습니까? 그러니까 대학 자체가 본질의 문제를 자꾸 놔두고 그런
☎ 손석희 / 진행 :
문제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입장이신가요.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그런 식으로 한다는 건 그건 뭐 오래 가겠습니까.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보완할 점이 있다면 또 앞으로 또 보완하셔야 되겠죠. 오늘은 여기서 정리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홍승용 / 교육과학기술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네, 감사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홍승용 교과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9/8 (목) 정세현 원광대 총장
- 대학구조조정의 문제점
☎ 손석희 / 진행 :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느낌입니다. 교과부가 내년도 재정지원을 중단할 전국 43개 사립대학과 이 가운데 학자금대출 제한까지 받게 될 17개 대학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졸업생 취업률하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이런 것들이 이제 기준이었고 거기에 못 미친 곳들이 선정됐다는 것인데요. 해당학교들이 물론 크게 타격을 받게 된 상황이어서 강력 반발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오늘 4부에서는 재정지원 중단은 물론이고 학자금 대출 제한까지 받게 된 원광대 정세현 총장을 연결하고 이어서 이러한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해온 대학구조개혁위원회 홍승용 위원장을 연결하겠습니다. 물론 이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교과부에 설치가 돼 있습니다. 먼저 정세현 원광대 총장을 연결했습니다. 전 통일부 장관이시기도 하죠. 여보세요!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예, 안녕하십니까?
☎ 손석희 / 진행 :
상당히 학교가 뒤숭숭 하겠습니다.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지금 말이 아닙니다.
☎ 손석희 / 진행 :
이유는 뭐라고 파악하고 계십니까?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조금 전에 손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취업률 그 다음에 재학생 충원율, 교원확보율, 이 세 가지가 참 낮습니다. 저희 학교가. 그중에서도 지금 교육부가 중시한 것은 취업률과 교원확보율 그 두 가지 인데 거기서도 우리가 기준에 못 미친 점이 있죠.
☎ 손석희 / 진행 :
정 총장께서는 작년 12월에 부임을 하신 바 있습니다.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예.
☎ 손석희 / 진행 :
한 학기를 지내놓은 상황이신데요.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예.
☎ 손석희 / 진행 :
취임 초기부터 하여간 어려움에 봉착하신 상황이 되긴 했습니다. 1년 동안 정부지원을 못 받고 학자금대출 같은 경우에도 소득 8~10분위 학생의 경우에 등록금의 70%까지밖에 받지 못한다. 우선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해석을 해야 될까요?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교육과학기술부나 지식경제부 등등 정부에서 대형 연구프로젝트들을 발표합니다. 장기 5년짜리 어떤 건 10년짜리 규모가 크죠. 연간 40억, 50억씩 이렇게 나가니까. 그걸 신청할 자격이 1년 동안 없어지는 거죠.
☎ 손석희 / 진행 :
그런데 사실은 그런 문제보다도 여기에 일단 학교가 포함되면 학교이미지에 타격을 받기 때문에,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물론이죠.
☎ 손석희 / 진행 :
그래서 학생들이 잘 지원을 하지 않지 않겠느냐,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생들한테도 1년 후에는 우리가 탈출할 수 있다는 이 확신을 심어주고 있고 또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해서도 지금 저희가 1년만 지금 참고 기다리면 학교는 다시 옛날의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그런 홍보 활동을 지금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사실은 원광대나 또 이번에 명단에 포함된 몇몇 학교들 같은 경우에는 역사도 무척 오랜 학교고 지역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온 학교들이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을지도 모르겠는데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그런 점에서 저희가 원불교 종립대학인데 그래서 전국에 계시는 원불교 교도님들, 그 다음에 또 익산시를 비롯한 전라북도 도민들께 굉장히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기 때문에.
☎ 손석희 / 진행 :
취업률과 교원확보율은 사실 그렇게 당장 아까 1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모르겠습니다. 교원확보율은 그렇게 금방 높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취업률은 그렇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그건 저희가 방법을 찾아놨습니다. 그동안에 학교가 신경을 그렇게 많이 못 써서 그랬을 뿐이지 1년 동안, 1년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번학기 내에 끝내야 되는데 바짝 하면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45% 이상의 취업을 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건 두고 봐야 될 문제겠습니다만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예산 문제이기 때문에 예산지원하고 여러 가지 교수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학생들 취업률은 높일 수 있는데 그동안에 학교가 그런 데에 소홀했다는 것이
☎ 손석희 / 진행 :
사실 원광대뿐만 아니라 지방대학 같은 경우에 취업률이 굉장히 불리하지 않습니까?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그렇죠. 이게 우선 모두가 다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추세인데 또 취업할 데도 수도권에 많고.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그런 면에서 일률적인 기준은 곤란하다 라는 혹시 불만 같은 것은 없으십니까?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있죠. 우선 학생 충원율 면에서도 수도권에 불리하지 않습니까? 대체로 여기 들어왔다가 재수하러 떠나는 학생, 일단 들어왔다가. 또 1, 2학년 마치고 편입해서 가버린 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4500명을 뽑아놔도 졸업할 때쯤 되면 한 3700명밖에 졸업을 안 합니다. 그것도 지금 패널티를 받는 원인이 됐는데 이런 것은 굉장히 불합리한 평가고 그 다음에 이 지역에는 취업을 할 수 있는 그 업체라고 그럴까, 직장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수도권으로 가야 되는데 수도권 가서는 또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걸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같은 잣대로 평가를 한 것은 조금 문제가 있고 앞으로 교육부에서도 이 점은 고려를 참작을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 얘기는 조금 이따가 대학구조계획위원회 홍승용 위원장을 통해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당장 이제 금년까지 평가를 한 다음에 내년에 다시 정하게 되는데 여기에 명단에 포함된 학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의 어려움 같은 것들을 잠깐 얘기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 정세현 / 원광대 총장 :
예.
☎ 손석희 / 진행 :
정세현 원광대 총장이었습니다.
2011년 9월 7일 수요일
[사설] 첫삽 뗀 대학 구조개혁, 의구심이 앞서는 까닭
[사설] 첫삽 뗀 대학 구조개혁, 의구심이 앞서는 까닭 | |
등록 : 20110905 19:00 |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정지원과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 43곳을 발표했다. 이들 대학 신입생들은 앞으로 학자금 대출과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지원 학생은 줄고 졸업생은 취업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니 대학으로선 치명적이다. 이로써 이른바 대학 구조조정은 시작된 셈이다. 허울뿐인 대학이 수두룩한 상황이니 불가피하지만, 평가 과정과 내용을 보면 흔쾌하지 않다. 취지를 드러내기보다 의구심만 남겼다. 무엇보다 평가 지표의 부실 문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원과 재학생, 졸업생 취업, 전임교원 수, 장학금 등 각 대학이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자료의 진실성은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 대학은 낙인찍히지 않도록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교직원의 연고 기업에까지 건강보험료를 지원할 테니 졸업생을 한시적으로 사원 명단에 포함시켜 달라고 읍소하거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재학생이나 전임교원도 허다했다고 한다. 정직한 대학이 날벼락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준 적용에서도 대학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아 엉뚱한 피해자가 나왔다. 예체능계 졸업생은 프리랜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취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명대 등 예체능계 비중이 큰 대학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달 중순 발표하기로 한 국립대 평가에서도, 교원 양성을 위해 설립한 한국교원대학교를 장학금 지급률이나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 학교는 수업료 등을 무료로 하고 있으며, 취업률은 교원 수급 사정에 좌우되니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평가 자료나 기준에 허점이 많다 보니, 정부의 자의성 개입이 용이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학교 시스템과 교육의 질이 탄탄한 경남대나 원광대가 대출 제한 혹은 ‘하위 15%’에 포함된 것을 두고는 말들이 많다. 대학 당국이 정부의 눈 밖에 벗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법정 전입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적립금도 거덜나다시피 한 법인에 대한 평가를 제외한 것은 이런 의구심을 더 키웠다. 정부가 앞장서 사립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보다 객관적이어야 하고 적용은 엄정해야 한다. 자의성 개입은 금물이다. 한 점 억울함이 없도록 실사를 통해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
ⓒ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
의전원, 5곳만 남고 의대 전환…정원 1/5로 단계별 감축
[기사 인쇄하기]
교과부, 학제 변경 대학 정원조정 결과 발표
강원·제주·건국·동국·가천의대만 의전원 선택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완전 전환했거나 병행 운영했던 대학들이 대거 의과대학 체제로 돌아서면서 의전원은 5곳만 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7일 의전원이나 의대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한 의·치학 교육제도 개선에 따라 의전원에서 의대로 학제를 변경한 대학의 정원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던 15개교 가운데 11개교가 의대로 회귀하기로 했으며 두 체제를 병행했던 12개교 중에서는 동국대를 제외한 11개교가 의대 체제를 선택했다.
의대를 고수했던 14개교도 기존 학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의전원을 선택한 대학은 완전 전환했던 강원대, 제주대, 가천의대, 건국대와 병행 운영했던 동국대 등 총 5곳뿐이다.
치의학의 경우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만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 체제를 유지하고 8개교는 치과대학 체제로 돌아간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했던 대학들은 2014년까지 현 제도를 유지한 후 의대를 선택한 곳은 2015학년부터 적용되며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던 대학들은 2016학년도까지 현 제도를 유지한 후 2017학년도에 의대로 돌아가게 된다.
교과부는 학제 전환을 결정한 27개 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5곳 포함)들이 정원 조정 계획을 제출 받아 이를 토대로 보건복지부 협의를 거쳐 의·치전원 입학정원은 학제전환 학년도에 전원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되는 의·치전원 정원은 2013학년도 198명, 2015학년도 1,195명, 2017학년도 385명으로 총 1,778명이 의·치대 정원으로 전환된다.
정원 전환으로 인해 2011학년도 2,217명이던 의·치전원 정원은 2015학년도에는 1,742명, 2017학년도에는 458명으로 대폭 감소한다.
반면 의·치대 정원은 2011학년도 1,591명, 2013학년도 1,770명, 2015학년도 2,965명, 2017학년도 3,646명으로 2.3배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매년 졸업인원 3,808명은 동일하게 유지돼 의사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학제를 전환하는 27개 의·치대들은 학제 전환 2년 전에 미리 의예과 학생을 선발해야 하며 의·치전원에서 의·치대로 전환하는 대학들은 전환 시점부터 의·치대 입학정원의 30%를 의무적으로 4년간 정원 내 학사 편입학(본과 1학년)으로 선발해야 한다.
전환 초기 4년간은 정원 내 학사편입학 비율 30%를 유지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대학 자율에 맡길 계획이다.
교과부는 “정원조정 이행시점에 당초 계획안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해 미이행 시 차년도 의예과 모집정지 등 강력한 행정제재 조치를 실시하겠다”며 “아울러 의·치전원 체제로 잔류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의·치전원 행·재정 지원 방안’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학제 변경 대학 정원조정 결과 발표
강원·제주·건국·동국·가천의대만 의전원 선택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완전 전환했거나 병행 운영했던 대학들이 대거 의과대학 체제로 돌아서면서 의전원은 5곳만 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7일 의전원이나 의대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한 의·치학 교육제도 개선에 따라 의전원에서 의대로 학제를 변경한 대학의 정원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던 15개교 가운데 11개교가 의대로 회귀하기로 했으며 두 체제를 병행했던 12개교 중에서는 동국대를 제외한 11개교가 의대 체제를 선택했다.
의대를 고수했던 14개교도 기존 학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 의전원을 선택한 대학은 완전 전환했던 강원대, 제주대, 가천의대, 건국대와 병행 운영했던 동국대 등 총 5곳뿐이다.
치의학의 경우 서울대, 부산대, 전남대만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 체제를 유지하고 8개교는 치과대학 체제로 돌아간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했던 대학들은 2014년까지 현 제도를 유지한 후 의대를 선택한 곳은 2015학년부터 적용되며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했던 대학들은 2016학년도까지 현 제도를 유지한 후 2017학년도에 의대로 돌아가게 된다.
교과부는 학제 전환을 결정한 27개 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5곳 포함)들이 정원 조정 계획을 제출 받아 이를 토대로 보건복지부 협의를 거쳐 의·치전원 입학정원은 학제전환 학년도에 전원 감축하기로 했다.
감축되는 의·치전원 정원은 2013학년도 198명, 2015학년도 1,195명, 2017학년도 385명으로 총 1,778명이 의·치대 정원으로 전환된다.
정원 전환으로 인해 2011학년도 2,217명이던 의·치전원 정원은 2015학년도에는 1,742명, 2017학년도에는 458명으로 대폭 감소한다.
반면 의·치대 정원은 2011학년도 1,591명, 2013학년도 1,770명, 2015학년도 2,965명, 2017학년도 3,646명으로 2.3배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매년 졸업인원 3,808명은 동일하게 유지돼 의사 수급에는 차질이 없다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학제를 전환하는 27개 의·치대들은 학제 전환 2년 전에 미리 의예과 학생을 선발해야 하며 의·치전원에서 의·치대로 전환하는 대학들은 전환 시점부터 의·치대 입학정원의 30%를 의무적으로 4년간 정원 내 학사 편입학(본과 1학년)으로 선발해야 한다.
전환 초기 4년간은 정원 내 학사편입학 비율 30%를 유지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대학 자율에 맡길 계획이다.
교과부는 “정원조정 이행시점에 당초 계획안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해 미이행 시 차년도 의예과 모집정지 등 강력한 행정제재 조치를 실시하겠다”며 “아울러 의·치전원 체제로 잔류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의·치전원 행·재정 지원 방안’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