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7일 수요일

[사설] 첫삽 뗀 대학 구조개혁, 의구심이 앞서는 까닭

[사설] 첫삽 뗀 대학 구조개혁, 의구심이 앞서는 까닭

등록 : 201109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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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재정지원과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 43곳을 발표했다. 이들 대학 신입생들은 앞으로 학자금 대출과 등록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지원 학생은 줄고 졸업생은 취업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니 대학으로선 치명적이다. 이로써 이른바 대학 구조조정은 시작된 셈이다.
허울뿐인 대학이 수두룩한 상황이니 불가피하지만, 평가 과정과 내용을 보면 흔쾌하지 않다. 취지를 드러내기보다 의구심만 남겼다. 무엇보다 평가 지표의 부실 문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원과 재학생, 졸업생 취업, 전임교원 수, 장학금 등 각 대학이 공시한 자료를 토대로 평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자료의 진실성은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그동안 여러 대학은 낙인찍히지 않도록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 교직원의 연고 기업에까지 건강보험료를 지원할 테니 졸업생을 한시적으로 사원 명단에 포함시켜 달라고 읍소하거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재학생이나 전임교원도 허다했다고 한다. 정직한 대학이 날벼락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준 적용에서도 대학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아 엉뚱한 피해자가 나왔다. 예체능계 졸업생은 프리랜서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취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명대 등 예체능계 비중이 큰 대학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달 중순 발표하기로 한 국립대 평가에서도, 교원 양성을 위해 설립한 한국교원대학교를 장학금 지급률이나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이 학교는 수업료 등을 무료로 하고 있으며, 취업률은 교원 수급 사정에 좌우되니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평가 자료나 기준에 허점이 많다 보니, 정부의 자의성 개입이 용이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학교 시스템과 교육의 질이 탄탄한 경남대나 원광대가 대출 제한 혹은 ‘하위 15%’에 포함된 것을 두고는 말들이 많다. 대학 당국이 정부의 눈 밖에 벗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법정 전입금을 한푼도 내지 않고, 적립금도 거덜나다시피 한 법인에 대한 평가를 제외한 것은 이런 의구심을 더 키웠다.
정부가 앞장서 사립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보다 객관적이어야 하고 적용은 엄정해야 한다. 자의성 개입은 금물이다. 한 점 억울함이 없도록 실사를 통해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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