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 엄마 엄마, 우리반이 이번 수시 전형료로 얼마나 썼개?
엄마 : 가만 가만. 엄마 혼자 한 번 때려 볼께. 음... 5백만원?
딸 : 에이 엄마. 그렇게 주먹구구로 계산하지 말고. 진지하게 해봐.
엄마 : 너네 반 아이들 전체가 몇 명이더라?
딸 : 40명.
엄마 : 음... 그러니까 수시 원서 한 군데 내면 얼마?
딸 : 학교마다 살짝 적고 많긴 한데 7만원 잡고.
엄마 : 그러면 한 명 당 최소한 서너 군데 넣었다 치고 음...한 천만원?
딸 : 땡!!!! 2,000만원이 넘는대.
엄마 : 세상에나~. 대단하다. 한 반 수시 전형료가 2,000만원? 그걸 어떻게 다 계산했어?
딸 : 선생님이 전체 파악해서 말해 주셨지. 애들 원서 어디어디 몇 개 넣었나 다 적어냈거든.
엄마 ; 우와~ 정말 엄청나다. 그럼 한 명이 몇 군데를 넣었다는 거냐?
딸 : 평균으로 해보니까 7개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어.
엄마 : 어머나 세상에 그렇구나. 고3이 있는 부모는 수시 전형료로 평균 50만원 썼다는 소리? 정말 집집마다 부모허리 휘어지는 소리 들린대이~ 아이고 허리야~~
딸 : 그 정도가 아냐 엄마. 그럼 우리 학교 전체는 수시전형료를 얼마나 썼을까?
엄마 : 아이구 머리야. 너네 고3이 전체 몇 반이더라?
딸 : 16개.
엄마 : 엄마야, 이게 몇 억이냐 몇 십억이냐. 계산 좀 해봐라.
딸 : 3억 2천만이 나오더라구.
엄마 : 세상에. 이걸 전국적으로 일반화하긴 좀 그렇겠지? 너네 학교가 좀 많은 거 아냐?
딸 : 몰라. 오히려 우리학교는 정시에 힘쓰는 학교로 알고 있는데?
엄마 : 그럼 우리 삼순이는 몇 개 냈더라?
딸 : 우리 엄마가 저런다니까. 세 개 냈잖아.
엄마 : 그래. 엄청 털렸네.
딸 : 그래 아빠 전화번호로 결재했어. 전화요금 좀 빵빵하게 나올 거야.
엄마 : 너네 친구들 진짜 그렇게 원서를 많이 내디?
딸 : 내 친구 중에 42만원 쓴 애, 35만원 쓴 애 있어. 최고 많이 쓴 애는 스물 두 군데도 있는 걸?
엄마 : 말도 안돼. 그걸 어떻게 다 쓰고 어떻게 낸 거야? 22를 7만원으로 곱하면 얼마냐?
딸 : 154만원.
엄마 : 어마어마하다야. 입이 안 다물린다. 딱 엄마 한 달 월급만큼 나갔네.
딸 : 걘 선생님이 허락한 거 말고 자기가 넣고 싶은 데로 몰래 여기저기 질어버린 거야. 질러버린 애 많아.
엄마 : 그렇구나. 수시라는 거 때문에 대학이 돈을 막 쓸어담겠는데 이거.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만든 수시지?
딸 : 솔직히 고3 입장에서 그렇잖아. 혹시나 하고 넣어보고 싶은 거. 붙으면 대박. 수능부담 없고. 그 심리 때문에 자꾸 넣고 덕분에 대학이 돈 버나 봐.
엄마 : 그러게 말이다. 수능 혹시 망하는 경우가 있으니 낼 수 있는 한 내 보고 싶겠지.
딸 : 그래서 친구들이 여기저기 질러버리는 거 같애. 수능공부 안하고 벌써 논술준비하는 애들이 훨씬 많아. 교실 분위기가 좀 이상해.
엄마 : 그니께. 하영이도 요즘 긴장 안돼고 그렇다고 썼더라. 9월에 벌써 1차 결과 발표하는 대학도 있잖아. 너도 긴장이 잘 안 돼?
딸 : 나도 솔직히 긴장은 좀 안돼. 그래도 난 수능까지 가봐야 한다 생각하니까 공부는 하지.
엄마 : 에구...니들이 고생이 많다 정말. 힘빠질 만도 하지.
딸 : 수시 접수 경쟁률이 엄마, 친구들 보니까 100대 1 넘는 거 많아. 몇 십대 일도 기본이고.
엄마 : 아까 아빠가 그랬잖아. 한양대 실용음악과라는 데는 480대 1이라잖아. 무슨 의대는 2백 몇대 1? 전형료 수입이 그럼 얼마가 되냐?
딸 : 엄마 놀라지마. 3,360만원!
엄마 : 한 과에서 그렇게 많으면 전체 단과대, 전체 대학으로 보면 어떻게 되는 거냐?
딸 : 대학 장사 돈 될 거 같지? 돈이 막 쓸려 들어가는 거 아냐?
엄마 : 어마어마하구나. 그럼 우리나라 대학들은 도대체 수시전형으로 돈을 얼마나 벌어들이는 거니?
딸 : 그니까 엄마. 솔직히 너무 비싼 거 아냐? 이렇게 마구잡이로 넣을 수 있게 하려면 돈이라도 좀 내려야지.
엄마 : 그래 그래 기특한 우리 딸.
딸 : 그렇게 비싸게 엄마아빠 돈 털어서 내 놨는데 내 자기소개서랑 꼼꼼하게 잘 읽고 심사하겠지? 그걸 누가 다 하지? 접수된 서류가 완전히 태산처럼 쌓였을 거 아냐.
엄마 : 그러게 말이다. 그 많은 자료를 훑어보려니 사람이 필요하겠지. 그러면 인건비가 좀 더 나가겠지. 그 많은 자료를 다 컴퓨터로 정리하고 저장하고 분석하고 등등 일이야 좀 많겠냐.
딸 : 엄마, 그럼 내가 낸 원서는 입학전담하는 부서에서 심사하는 거야, 지원한 과에서 교수님이 하는 거야?
엄마 : 그러게 말이다. 엄마도 모르겠다. 그 많은 걸 몇 몇 사람이 다 하겠냐? 각 과로 나눠지겠지?
딸 : 내가 지원한 과에 적합한지 어떤지 그 과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어떻게 심사해? 과에서 하겠지 설마?
엄마 : 엄마도 그렇길 바래. 몇 십 명 중에 걸러내는 건 그래도 어찌 하겠지 싶다만 몇 백 대 일이라 할 때 실제 검토할 수는 몇 천명이 되는 거 아냐. 그걸 어떻게 골라내는지 진짜 정신없겠다 야.
딸 : 아~ 엄마~ 심사하는 분들 정신 잘 차리고 하겠지?
엄마 :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오래 오래 걸리나 부지~~.
딸 : 아~~ 더이상 돈 들 거 없이 수능 부담 없이 수시로 얼릉 붙어버리고 끝내면 좋겠당~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