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일 월요일

21. 항공대 항운 탐방기 퍼옴

■ 한국 항공 대학교 항공 운항학과를 찾아서

〈학습 목표〉
“가장 행복하고 달콤했던 순간은 하늘로 비상할 때였노라.” 우리 나라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청연〉의 헤드 카피다. 대구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박경원은 1925년 일본 도쿄[東京] 가마타〔蒲田〕 자동차 학교를 거쳐 이듬해 가마타 비행 학교를 졸업하고 3등 비행사가 되었다. 1928년 도쿄 요요기〔代代木〕 연병장의 고도(高度) 경기 대회에서 3등을 해서 2등 비행사 자격증을 받은 그녀는 1933년 만주국 방문 비행 도중 고국 방문 비행을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시즈오카 현〔靜岡縣〕 겐가쿠 산[玄嶽山]에서 짙은 안개를 만나 추락사하고 만다. 영화의 제목인 청연(靑燕)은 ‘푸른 제비’라는 뜻으로, 박경원과 최후를 함께한 비행기의 애칭이다. 이렇듯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다는 꿈은 『그리스 신화』 속의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래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해 왔다. 그것은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들고, 창공을 넘어 우주에까지 비행선을 쏘아 올리게 된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이달에는 하늘빛만큼이나 푸른 꿈을 마음속에 품은 당찬 ‘비행 청년’들의 열기로 가득한 한국 항공 대학교 항공 운항학과를 찾아가 보았다. 만남의 자리에는 97학번 권상준, 00학번 소은아, 01학번 기우상·서성훈·이진영 학생이 함께했다.


〈글_신현정 기자·사진_이석원 기자〉
■ 1. 세계에서 제일 넓은 캠퍼스를 누비는 이카로스의 후예들

『그리스 신화』의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이야기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인류의 꿈이 태초, 그러니까 아득한 신화의 시대부터 생겨난 것임을 보여 준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푸른 하늘을 캠퍼스 삼아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날고 싶어 하는 이카로스들의 보금자리가 있으니, 바로 경기도 고양시 화전동에 위치한 한국 항공 대학교다.
서울 도심을 벗어나 차로 30분 남짓 달렸을까, 영화 세트장에나 있음직한 구식 단층 건물들 사이로 파주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철도가 지나고 있었다. 시골 읍내 같은 교외의 한적함을 느끼며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비행기 격납고와 관제탑을 뒤로 한 채 시원스레 뻗어 있는 활주로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 위로 펼쳐진 드높은 하늘, 세상 끝까지 이어진 듯한 활주로까지 모두 품에 안은 한국 항공대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가진 학교가 아닐까.
“국내 항공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1952년에 설립된 한국 항공대는 개교 당시에는 조종과·기관과·통신과로 이루어진 2년제 특설 항공과였어요. 1963년 4년제 항공 대학으로 승격되었죠. 현재는 항공 우주 및 기계 공학부·항공 전자 및 정보 통신 공학부·항공 교통 물류학부, 이렇게 3개 학부와 항공 운항학과를 비롯해 항공 재료 공학과·항공 우주 법학과·경영학과(주/야간)·영어학과(야간), 이렇게 5개 학과로 나뉘어 있어요. 정원이 59명인 항공 운항학과는 자타가 공인하는 항공대의 ‘간판 학과’랍니다.”
항공 운항학과장 송병흠 교수님의 소개말이다. 항공 운항학과가 개설되어 있는 4년제 대학은 항공대와 한서대 이렇게 두 군데뿐이다.
“우리 과는 국내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요. 교과 과정을 국제화 표준에 맞춘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죠. 세계가 인정하는 미 연방 항공청(FAA)의 비행 교육 시스템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여, 미국의 대학 인증을 받기도 했어요. 현재는 우리 학교에서 이수한 학점을 세계 어느 대학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제적인 학과 인증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 과를 포함한 항공 특성화 3개 학과가 그 대상이죠.”
교수님이 공부하던 시절에는 지금처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전무했다고 한다. 게다가 항공 관련 전공 서적은 태반이 미국과 일본 원서였고, 제대로 교육받은 전문 교원의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힘들게 공부한 만큼 첫 단독 비행의 감격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요.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환호성을 지르다가, 문득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을 바짝 차렸죠. 측풍이 너무 강해 비행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조종 계기판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 결과 무사히 비행을 마칠 수 있었어요. 제 비행기는 일본 후지 중공업의 FA-200이었는데, 2001년 그 기종의 생산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오랜 친구를 떠나보낸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더군요.”
아련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년처럼 눈을 빛내시던 교수님은 항공 운항학과가 단순히 비행기 조종법만을 가르치는 곳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우리 과는 항공 운항 실무 외에 이와 관련된 이론적 토대까지 가르칩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엔지니어로서의 기본적 소양뿐 아니라 학자로서의 연구 능력까지 겸비한 사회적 리더의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죠. 자랑 같지만, 학과 특성상 절도 있는 생활을 중시하다 보니, 학생들이 하나같이 예의 바르고 이기주의적인 성향도 적은 편이에요. 이는 동료와 선후배, 교관과 훈련생이라는 대인 관계에 기반을 둔 비행 교육의 방식이 학생들의 인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닐까요.”
과연 이 정도면 항공 운항학과 학생들 그리고 항공대 학생들은 드넓고 멋진 세계 제일의 캠퍼스를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 저 높은 하늘과 넓은 활주로에 푸른 꿈을 수놓을 이카로스의 후예들을 만날 기대에 취재 팀의 가슴은 설레기 시작했다.
■ 2. 파일럿, 나를 살게 하는 이유

인터뷰 장소인 항공 운항학과 사무실, 널찍해서 썰렁할 법도 한 그 공간은 단정한 옷매무새와 흐트러짐 없는 몸가짐이 인상적인 다섯 학생의 열의 덕분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비행기를 좋아했고, 고등 학생 때 〈파일럿〉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조종사의 꿈을 키웠죠.”(권상준)
“초등 학생 때부터 김포 공항 근처에 살아서 비행기와 친숙했어요. 막연하게 하늘을 동경해 오다가,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고등 학생 때였죠. 항공대 외에 다른 학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어요.”(서성훈)
“전투기를 모는 것이 꿈이었는데,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공군 ROTC(Reserved Officer’s Training Corps, 학생 군사 교육단)가 설치되어 있는 곳은 항공대뿐이더군요. 한서대의 경우는 작년 하반기에 ROTC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어요.”(이진영)
“저도 전투기 조종사로 경력을 쌓은 뒤 민항기를 몰고 싶어서 항공대에 들어왔어요. 비행기 조종은 군에서도 높은 대우를 받는 전문 분야예요. 공군 사관학교에도 마음이 끌렸지만, 아무래도 학창 시절의 여유와 낭만을 누리기에는 항공대가 더 적합할 것 같았어요.”(기우상)
항공대에 공군 ROTC가 설치된 것은 1971년 말의 일이다. 2학년 재학생 가운데 선발된 학군 사관후보생들은 3, 4학년 동안 매주 6시간의 군사 교육을 받으며, 여름 방학 중에는 4주의 입영 훈련을 받아야 한다. 재학 중에는 제복을 입어야 하고, 졸업한 뒤 공군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항공 운항학과의 경우는 조종 특기를 인정받는데, 의무 복무 기간은 10년이다.
그런가 하면 해군 사관 장학생은 1, 2학년 때 신청할 수 있는데, 여기에 선발되면 그해부터 재학 기간 동안 등록금을 지급받는다. 선발 시험은 신체검사, 적성 검사, 면접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신체검사는 공군 ROTC와 비슷한 수준이다. 단, 해군은 재학 중에는 군사 훈련을 받지 않으며, 졸업한 뒤 소정의 군사 훈련 과정을 거쳐 소위로 임관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병역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남학생들의 관심사다. 그렇다면 다섯 명 가운데 ‘홍일점’인 소은아 학생의 경우는 어떨까.
“밤하늘의 별을 유난히 좋아해서, 어린 마음에도 비행기 조종사가 되면 밤하늘을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공군 사관학교와 항공대 항공 운항학과에서는 여학생을 받지 않아 다른 길을 찾다가, ‘항공대 항공 운항학과에 최초로 여학생이 입학했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그 길로 조종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죠.”
‘금녀(禁女)의 공간’으로 통했던 공군 사관학교와 항공대 항공 운항학과는 1997년부터 여학생의 입학을 허가했는데, 그해 공군 사관학교에는 13명의 여생도가 입교하여 화제가 되었다. 실시 첫해에 여학생 합격자가 나오지 않은 항공대 항공 운항학과의 경우 이듬해인 1998년 최초의 여자 신입생이 탄생했고, 현재 정원의 6% 이내에서 여학생을 뽑고 있다.
■ 3.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파일럿의 꿈

No pain, no gain(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이라는 말처럼, 말 한마디로 하늘을 호령하는 멋진 파일럿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고, 배워야 하는 것도 많다.
“1, 2학년 때는 교양 과목과 함께 비행 원리, 공중 항법, 항공법 등 조종 실기 교육에 필요한 기초 전공 수업을 들어요. 그 뒤 3, 4학년이 되면 민항기 조종사로서의 소양을 갖추기 위해 계기 비행(육안으로 조종이 힘든 기상 상태에서 계기 조작만으로 비행기를 운행하는 것), 항공기 성능, 항공기 운항론, 비행 관리 시스템(FMS) 등을 수강하면서 조종 실기와 모의 비행 교육을 받게 되죠.”(서성훈)
“졸업 시에 사업용 조종사 면장과 계기 비행 증명을 따려면, 재학 중에 비행 교육원 시험에 합격해서 소정의 교육을 마쳐야 해요. 비행 교육원은 대한 항공 부설 기관으로, 병역을 필하고 3학년에 진학할 예정인 항공대생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신체 조건만 적합하면 다른 과 학생들도 지원할 수 있고, 합격 시에는 항공 운항학과로 소속 학과가 바뀌기 때문에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죠. 해마다 15명가량을 뽑는데, 합격자는 3~4학년 동안 225시간의 비행 교육을 받아요. 이 과정을 ‘본 1과’라 부르죠.”(권상준)
본 1과 출신들은 졸업한 뒤 제주도에 있는 대한 항공 기초 비행 훈련원에서 7개월간 다발기(3개 이상의 엔진을 단 항공기)와 제트기 교육 등을 받는다. 인천·서울 등지에서 1년 동안 기종 변환 교육을 거쳐 부기장으로 근무하는데, 교육에 필요한 경비 전액은 대한 항공에서 부담한다. 단, 입사한 뒤에는 10년이라는 의무 근무 기간을 채워야 한다.
“본 1과를 제외한 모든 과정은 ‘본 2과’에 해당됩니다. 본 2과에서는 모의 비행 훈련 5시간을 포함해 65시간의 비행 교육을 거쳐 자가용 조종사 면장을 취득할 수 있죠. 공군 ROTC와 해군 사관 장학생도 여기에 속해요. 의무 복무가 끝나면 민간 항공사로 진출할 수 있는데, 아시아나 항공은 비행 인력의 절대 다수를 군 조종사 출신으로 채우는 추세죠.”(이진영)
“조종사가 되려면 신체 조건이 뛰어나야 해요. 우리 과 신체검사 기준상, 안경을 벗은 나안 시력이 0.8 미만이거나 사시·색맹·색약인 경우는 불합격 처리됩니다. 비행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안구 내의 안압 역시 상승하므로, 라식 같은 레이저 각막 수술도 불합격 요인이 되죠. 마찬가지 이유로 충치가 5개 이상(충전된 치아 제외)인 경우도 허용되지 않아요. 청력과 심혈관계, 내장 기관 등에 대해서도 정밀 검사를 받고, 여학생의 경우는 자궁 내 이상 유무를 알기 위한 골반 검사를 따로 받게 됩니다.”(소은아)
사업용·운송용 조종사의 경우는 정신 건강도 중요해서, 이를 위해 적성 검사와 심리 테스트가 병행된다고 한다. 이 밖에 조종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는 치밀한 성격과 수리력, 외국어 실력, 항공법규·항공학·기상학·항법학 지식, 공간 판단력과 형태 지각력, 위기 관리 능력 등을 들 수 있다.
■ 4. 바로 이럴 때 ‘나는야 자랑스런 항공대생!’

조종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까다롭고 힘든 만큼, 모교에 대한 학생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공군 사관학교 출신은 전투기를 비롯해서 수송기·헬기 등을 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과의 경우는 선택의 폭이 더 다양해요. 우선 비행 교육원을 수료하거나 민간 항공사 공채를 거치면 민항기 조종사가 될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공군 ROTC와 해군 사관 장학생이 된 뒤 군에서 조종사로 복무하다가 민항기 조종사가 될 수도 있고요.”(기우상)
현재는 공군 ROTC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지만, 비행 교육원이나 공채를 거쳐 민간 항공사에 입사하는 경우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문득 4년여의 학교 생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4학년이 되면 비행 실습을 하게 되는데, 교내 활주로에서 수없이 이착륙 연습을 한 끝에 드디어 단독 비행에 성공할 수 있었어요.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려오자 교수님이 축하의 악수를 청하셨는데, 가슴이 너무 벅차서 하마터면 울 뻔했어요.”(소은아)
“함께 어울려 다닐 때는 몰랐는데, 막상 기장용 헤드셋을 쓰고 멋지게 비행을 하는 동기들을 보면 그 의젓한 모습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물론 제 자신에게도 그렇고요.”(이진영)
“3, 4학년 때 ROTC 훈련과 학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은 취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겠다며 주위에선 다들 부러워하죠.”(기우상)
“본 2과의 비행 교육을 받다 보면 멀리는 전주까지 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활주로에 이착륙 시 관제탑과 교신하면서 제가 예비 조종사라는 게 정말 자랑스러웠죠.”(서성훈)
그렇다고 이들의 비행 경험이 단순한 자기만족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어버이날이 들어 있는 5월에는 ‘효도 비행 주간’을 따로 있어서, 4학년생들은 부모님을 태우고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 비행기 조종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많이 염려하셨던 부모님도 막상 비행기를 태워 드리자 아이처럼 좋아하셨어요. ‘내 딸아, 자랑스럽구나.’라는 말씀에 이 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소은아)
그런가 하면 1~3학년 때는 뒷자리에 탑승해서 선배들의 조종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데, 이를 ‘관숙 비행’이라고 한다. 게다가 항공대 항공 운항학과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야간 비행이다. 이때는 옆자리에 연인을 태울 수도 있는데, 학생들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은 너무 멋지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야간 비행, 정말이지 하늘을 너무나 동경한 나머지 죽음까지도 불사한 이카로스의 후예들다운 낭만이 아닐 수 없다.
■ 5. 은빛 날개여, 지상에서 영원으로

“우리 학교는 매년 5월 대동제를 개최하는데, 이 행사에는 ‘은익 축전’이라는 예쁜 이름이 붙어 있어요. 은익(銀翼), 곧 ‘은빛 날개’는 창공을 향한 항공대인의 꿈을 상징하죠.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열리는 ‘하늘 사랑 항공제’ 때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글라이더 대회가 개최되어 축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됩니다.”(권상준)
“이때 우리 과는 비행기 모양의 기념 배지를 팔아요. 배지를 산 사람에게는 응모권을 나눠 준 뒤 제비뽑기로 관숙 비행의 기회를 선사한답니다. 그 밖에 모형 항공기 전시를 구경할 수도 있고,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 수도 있어요.”(이진영)
항공대에는 현재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활공회’, 항공 학술 동아리 ‘날틀’, 로켓 동아리 등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은익 축전과 항공제는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다. 끝으로 장래 계획과 고등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졸업한 뒤 공군에서 최신예 전투기를 조종하고 싶고, 장차 우주 비행사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비행기 조종은 특수한 전문 분야이니만큼, 단순한 호기심에서 그칠 거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나아요. 자신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닌 사람만이 꿈을 이룰 수 있죠.”(기우상)
“졸업한 뒤 소위로 임관되면, 중등·고등 비행 훈련까지 무사히 통과해서 F-15 전투기를 꼭 타 보고 싶어요.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민항기 조종사로 근무할 생각이고요.”(서성훈)
“대한 항공에서 첫 여성 민항기 조종사가 탄생하기는 했지만, 여성이 기장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제도적 제약이 많이 따르는 게 사실이에요. 일단 공채를 거쳐 민간 항공사에서 디스패처(dispatcher)*1로 일하고 싶습니다. 항공대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졸업생으로서, 파일럿을 꿈꾸는 여자 후배들에게 선례가 된다는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지네요.”(소은아)
“공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할까 해요. ROTC 출신은 소위로 임관한 뒤 국방 대학원이나 일반 대학원에서 위탁 교육을 받을 수 있거든요.”(이진영)
“대한 항공 공채에 합격해서 교육을 앞두고 있어요. 비행 교육원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꿈만 같아요. 고등 학생 여러분도 목표를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꿈같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 밖에 궁금한 게 있으면 우리 과 홈 페이지(mecury.hangkong.ac.kr/fod/) 게시판에 올려 주세요.”(권상준)
인터뷰를 마치고 가는 길에 ‘항공대의 상징’ 송골매 탑과 ‘항공대의 자부심’인 활주로를 다시 돌아보았다. 작가이자 유능한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A. de Saint-Exupéry, 1900~1944)의 생생한 비행 체험이 담긴 소설 『야간 비행』(1931)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네가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너를 살게 하는 이유다.” 일생에 단 한 번 경험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절대 비행’, 그것이야말로 목숨과 맞바꿔도 아깝지 않을 모든 조종사의 꿈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지상과 천상을 이어 주는 듯한 활주로 어딘가에서 지난해 여름 국내 최초의 4인승 경비행기 ‘보라호’ 시험 비행에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故) 은희봉 교수님(항공 운항학과)과 고 황명신 교수님(기계 공학과)의 고귀한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항공대 학생들의 꿈을 실은 송골매의 은빛 날개가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차게 퍼덕일 그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1. 디스패처_ 항공사 소속의 운항 관리자. 기능 검정 시험 및 회사별 자격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2년 이상의 항공기 운항 경험을 가진 자에 한해 응시가 가능하다. 탑승자 관리, 운항 정보 수집·점검, 비행 계획 작성, 항공 교통 관제 기관에 대한 통보, 관계 기관과의 연락, 비행 상황 파악, 긴급 사태 발생 시 기장을 도와 연락하는 일, 비행이 종료된 뒤의 점검 등을 담당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